60년 '오너 경영 체제' 끝
홍원식 회장 현장 모습 드러내지 않아
이사회 장악한 한앤코…사명 변경 등 전망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2년 6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증인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논현동=이중삼 기자] 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체제가 막을 내렸다. 3년간 경영권 분쟁 끝에 남양유업 최대주주에 오른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29일 열린 이 회사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진 교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경영진 교체 관련 '비토'(어떤 사안의 결정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사실상 홍 회장은 경영진 교체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앤코는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1964빌딩에서 '제6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사내이사인 홍 회장을 비롯한 기존 이사진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한앤코와 이 회사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정기주주총회는 지난해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소집돼 최대 의결권자는 홍 회장 측이었다. 경영진 교체에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었지만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홍 회장이 반대했다면 한앤코는 다음 달 초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진 교체에 나설 예정이었다.
자세한 찬반 비중은 이날 오후 공시될 예정이다. 다만 이사진 교체 등 안건 모두 95% 찬성표를 얻은 것이 파악됐다. 홍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리인이 참석해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29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1964빌딩에서 '제6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 정기주주총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논현동=이중삼 기자 |
홍 회장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것은 경영권을 넘겨주는 대신 고문 위촉 등 요구사항을 실현시키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홍 회장이 추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점도 찬성 입장을 내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심혜섭 감사가 제기한 이사보수 50억원 한도 청구 소송,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낸 500억원 손해배상 소송 등을 진행 중이다.
경영권을 거머쥔 한앤코는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사태 등을 비롯한 저출산 여파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019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원대 미만 매출을 기록 중이다. 영업손실 역시 흑자 전환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967억원, 영업손실 723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과 더불어 사명 변경도 거론되고 있다.
임시 의장·이사 신규 선임,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 안건 외에도 이날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제60기 재무제표·연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50억원),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3억원) 등을 의결했다. 주주 제안으로 상정된 발행주식 액면분할·액면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은 약 94%의 반대표를 받으며 유일하게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