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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영권 분쟁' 표 대결 D-1…'캐스팅보트' 소액주주 표심 어디로?
입력: 2024.03.27 00:00 / 수정: 2024.03.27 00:00

한미약품그룹-OCI그룹 통합 두고 설전 지속
'형제 편' 신동국·'모녀 편' 국민연금
통합 가능성 높아졌지만 소액주주 표 '변수'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임종윤·종훈 사장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놓고 모녀와 형제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통합을 추진 중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장·차남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형제는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며 소액 주주들의 마음을 쟁취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이사 선임' 화두로

오는 28일 열리는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정기 주총의 주요 안건은 이사 선임으로, 송 회장과 한미그룹이 추천한 사내이사·사외이사 후보 6명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5명을 놓고 모녀 측과 형제 측은 표 대결을 펼치게 된다. 표 대결 결과는 한미그룹과 OCI그룹간 통합 작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지난 1월 '이종 간 통합'을 결정하고 지분을 맞교환해 통합 지주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들여 유상증자와 구주 인수 등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고,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구조다. 그러나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는 모녀의 입장에 대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최근까지 지분율 부문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임종윤·종훈 형제였다. 형제 측 지분이 20.47%, 모녀 측 지분이 21.86%인 상황에서 최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이 형제의 손을 들어주면서 형제의 승리 가능성이 커졌다. 신동국 회장은 지난 23일 입장문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이자 고교 후배인 신 회장은 한미와 OCI의 통합 추진과정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한미약품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고 임성기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것 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오는 28일에는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더팩트 DB
오는 28일에는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더팩트 DB

◆ 모녀 vs 형제…주총 앞두고 맞불작전 '팽팽'

다만, 모녀 측도 표심을 구하며 강하게 맞서왔다. 한미그룹은 지난 25일에는 임종윤·종훈 형제를 각각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약품 사장직에서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한미그룹은 "두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며 "회사 명예나 신용을 손상하는 행위를 지속해 두 사장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이 오랜 기간 개인 사업과 타 회사인 '디엑스앤브이엑스'를 운영하면서 그룹 업무에 소홀했던 점도 해임에 영향을 줬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이 모인 한미 사우회의 경우, 보유 주식 23만여 주에 대해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합 찬성'으로 결의키로 하며 모녀의 견해에 힘을 실었다. 한미 사우회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통합 찬성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한미 사우회는 "대주주 신동국 회장의 선택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미가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임직원들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법원이 형제가 제기한 금지 가처분을 기각한 점도 모녀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26일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 측이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고, 이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즉각 환영의사를 전했다. 한미그룹 측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도 한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하겠다는 회사의 의지와 흔들림 없이 통합을 추진하고 높은 주주가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는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하겠다. 본안 소송을 통해 재판부의 정확한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재판부의 고뇌의 시간을 존중하지만 그 고뇌의 결과에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했다.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OCI와의 통합 마무리 후 3년 간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없이 예탁하겠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OCI와의 통합 마무리 후 3년 간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없이 예탁하겠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 '시총 200조 가능할까?'…소액주주들 셈법 분주

경영권 분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지분 7.66%를 가진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들의 표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그간 입장 발표를 꺼렸던 국민연금이 모녀의 편에 서며 통합을 둘러싼 다툼은 모녀 측의 승리로 기우는 모양새가 됐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6일 제6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한미사이언스 기존 이사회 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임주현·이우현 각 선임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최인영 선임의 건, 사외이사 박경진·서정모·김하일 각 선임의 건과 감사위원 박경진·서정모 각 선임의 건에 '찬성' 하고, 그 외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후보들의 선임 건에 대해서는 '반대'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소액 주주들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표 대결의 '마지막 키'를 쥐게 됐다. 현재 소액 주주들은 형제와 모녀가 제시하는 계획을 살피는 데 한창이다. 우선 임종윤·종훈 형제는 투자 유치와 회사의 확장에 대한 포부로 소액 투자자들의 민심을 이끄는 분위기다.

지난 21일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형제는 주총 승리 시 1조 투자 유치를 통해 5년 이내 순이익 1조원 달성 및 시가총액 50조원대 진입 등의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형제는 "장기적으로는 시총 200조원대를 달성하겠다"며 "그룹 내 계열사간 사업부서 통합 또는 이전 등의 리스트럭처링, 바이오의약품 위주 위탁개발(CDO) 사업 확장 등을 통해 순이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장기적으로 목표인 시총 200조원대 진입 계획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소중한 의결권을 행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저희는 경영권을 걸고 법적으로 유효한 저희 그룹의 목표 관리 제도인 G&P(Goal & Promise)에 서약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형제의 미래 비전에 대해 모녀 측은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윤 사장이 "450개의 화학약품을 만들어 본 경험을 토대로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하겠다"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모녀 측은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의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미생물 배양 방식의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 기지이며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생산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녀 측은 보유 주식을 3년간 보유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OCI와의 통합 마무리 후 3년 간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없이 예탁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립 중인 임종윤·종훈 형제에게도 3년간 지분 보호예수를 제안했다.

임 사장은 "이번 OCI-한미 통합의 대전제는 어머니와 본인의 지분을 프리미엄 없이 양도하는 대신 한미그룹 경영을 기존 경영진에 계속 맡겨달라는 것이었다"며 "지금의 상황이 오빠와 동생의 주장대로 진행될 경우 조만간 오빠와 동생의 지분은 프리미엄과 함께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그대로 한미그룹과 일반주주들의 권익 침해로 직결될 것이므로 보호예수를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형제가 제기한 금지 가처분이 기각된 26일 한미사이언스는 전 거래일(4만3850원) 대비 7.30%(3200원) 하락한 4만6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4만3700원으로 개장한 한미사이언스는 장중 3만9350원까지 빠졌으나 가까스로 4만원선은 회복하며 장을 종료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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