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은 영풍빌딩 별관 내부의 고려아연 간판.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표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대주주 영풍이 반대한 '정관 변경' 안건 통과는 무산됐고, 배당안은 고려아연 측이 올린 원안대로 통과됐다.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최씨 일가의 손을 들어줬지만, 정관 변경 안건은 가결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영풍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이 상당한 만큼 양측의 경영 분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제50기 고려아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가 입장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주주총회에서 논의 안건 1호 의안인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이 통과되고, 2호 의안인 '정관 변경의 건'은 부결됐다.

1호 의안은 참석 주주 수의 62.74%의 찬성으로 고려아연의 원안이 통과됐다. 1호 의안에는 기존 주당 1만원의 배당을 5000원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를 영풍 측이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다.

2호 의안은 참석 주주 수의 53.02%가 찬성해 과반을 넘겼지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기에 부결됐다.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고려아연 주주총회와 관련해 참석자들의 주주 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7.49%의 지분을 가진 3대 주주 국민연금의 표심은 고려아연에 쏠렸다. 국민연금은 이날 영풍 측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이미 주주환원율이 76%인 상황에서 96%까지 높아져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률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표준정관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고려아연 측 제시안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 때문에 '무승부'지만 사실상 고려아연의 '판정승'이라는 재계 평가도 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사회가 상정한 원안들이 대부분 통과되면서 기존 제련 사업은 물론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과 경영 방침, 주주 환원 노력에 대해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고려아연 주주총회와 관련해 참석자들의 주주 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특히 고려아연은 이날 최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 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앞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집안싸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의 표 대결은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최씨와 장씨 일가의 경영이 갈등 양상으로 이어지는 트리거(계기)가 됐다"면서 "최 회장의 경우 신사업 추진을 위한 경영권 강화 시도를 지속할 것이고, 장 고문 등 영풍 측의 견제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고려아연 주주총회와 관련해 참석자들의 주주 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이와 관련 영풍 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주주권을 침해하는 현(고려아연) 경영진의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면서 "영풍은 고 장병희, 최기호 두 창업주 가문이 대대로 이어온 양사 간의 '자율경영'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계속 이어가고자 하며, 고려아연과 유기적인 협력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서로 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