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동통신3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규모는 이전과 동일한 3만~13만원이다. /서다빈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근 이동통신사의 전환지원금 제도가 신설됐다. 번호이동 고객에게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원 규모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문제 제기에 나선 상태다. 정부의 계속된 압박에 이동통신사들이 지원 규모를 확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는 19일 기준 전환지원금과 관련해 변동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최소 3만원에서 최대 13만원의 지원금이 유지된다. 전환지원금은 기존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동통신사만 변경(공시지원금 선택)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지원금으로, 최대 50만원까지 책정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지난 16일부터 매일 0시에 지원 액수와 혜택 기종 등을 공시하고 있다.

19일자 SK텔레콤의 휴대전화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안내문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제품에 대해 5만~12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판매점에서 7000~1만8000원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KT는 제품과 요금제에 따라 5만~13만원을 지원한다. LG유플러스는 3만~10만원 수준이다.

최대 50만원의 추가 지원금을 기대한 고객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을 촉진, 단말기 구입 부담을 완화한다는 정부 취지와 달리 3사 모두 소극적인 행보다. 더구나 '갤럭시S24' 시리즈 등 신형 기기에 지원금을 책정한 통신사는 KT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시행에 앞서 '갤럭시S24' 일반형 실구매가가 0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벌써 실효성 문제가 거론된다. 한 판매점 직원은 "가격 인하 부담을 통신사가 온전히 떠안는 구조"라며 "사업이 다각화돼 예전처럼 고객 유치전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출혈 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환지원금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22일 이동통신3사 CEO와 만나 가계 통신비 절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새롬 기자

전환지원금 규모가 대폭 확대되지 않는다면, 이를 찾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른 판매점 관계자는 "13만원 정도의 지원 규모가 유지되면 전환지원금 제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라고 확신한 정부가 추가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전날 대통령실은 이동통신 3사에 통신비 부담 절감을 위해 추가 노력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3만~13만원으로 책정된 전환지원금 규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전환지원금 규모 책정에 있어 통신사 간 담합 가능성을 점검, 혐의가 포착된다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 압박에 이동통신사들이 전환지원금 제도와 관련해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일단 통신사들은 "통신비·단말기 비용 부담을 완화한다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전환지원금 상향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시로 확인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제도는 시행된 지 며칠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한 만큼, 추후에는 지원금 규모가 자연스럽게 확대되지 않겠느냐"며 "시장을 파악하고 부작용을 줄이면서 단계별로 제도를 적용하려는 게 이동통신사들의 판단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22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통신 3사 CEO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통신비 인하를 위한 공통의 과제를 제시하면서 전환지원금 제도의 시장 안착을 위한 당부 메시지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전환지원금을 더 풀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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