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투자 '공'…퇴임 후에도 수사 대상 '과'
포스코그룹 9대 회장으로 6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었던 최정우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그룹사 사업은 그룹사 간 시너지가 높은 유관 사업을 발굴해 재배치하고 경쟁 열위 사업은 끊임없이 재편해 새로운 성장 사업으로 개혁해 나가겠다."(2018년 7월 27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사)
포스코그룹 9대 회장으로 6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었던 최정우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굴곡진 그룹 역사 속 최초로 연임 임기 완주한 CEO로 기록됐다. 그룹의 미래 가치를 끌어올린 회장이라는 평가와 잇단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 등 명암이 뚜렷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임식을 하고 9대 회장 임기를 마무리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취임한 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당초 3연임 가능성도 언급됐으나 무산됐다.
취임 당시 포스코그룹은 어수선했다. 전임 권오준 회장은 당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었다. 끝내 권 회장은 중도 하차했고, 정권 교체 시기 '포스코 잔혹사'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어수선한 환경 속에서 약 2개월 인선 작업을 거쳐 비서울대·비엔지니어 출신인 '비주류' 최정우 포스코켐텍(현 포스코퓨처엠) 사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다. 포스코 역사상 최초 비엔지니어 출신 내부 회장이자, 1998년 이후 20년 만에 비서울대 출신 회장이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1983년 포스코 입사한 뒤 재무 관련 부서에서 경력을 쌓은 최 회장은 포스코 컨트롤타워 '가치경영센터장'을 역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철강산업을 넘어 외연을 확장해야 할 숙제가 놓인 상황이었다. 비주류 최 회장 선임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간 역대 회장들이 경영을 기술에 집중해 접근했다면 최 회장은 구조로 접근해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철강회사로만 인식됐던 포스코그룹을 소재 회사로 전환 시킨 인물이라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2018년 3100억원을 투자해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해당 염호는 향후 20년간 해마다 2만5000톤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염수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통합, 포스코퓨처엠을 출범시켜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음극재와 양극재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다. 2021년에는 호주 광산개발사와 이차전지 소재용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을 세우기도 했다.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4월 3일 서울국립현충원 박태준 초대회장의 묘소를 찾아 참배를 하며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의 피해를 기적적으로 극복했다고 영전에 고했다. /포스코그룹 |
2022년 지주사 체제 전환은 당시만 해도 일부 투자자에게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 가치 훼손과 자사주 소각 계획 불확실성 등 우려 대상이 됐다. 하지만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50년 탄소중립을 대표하는 마스터브랜드 '그리닛'(Greenate)을 공개하며 수소환원제철 전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22년 '친환경소재 포럼 2022'에서 "친환경 미래 소재로 리얼밸류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리닛의 그린워싱 논란은 아쉬운 부분이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사건도 최 회장 임기 중 큰 사건이다. 당시 공장 설립 이후 처음으로 고로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임사에서 "멈췄던 쇳물이 다시 흐르고 애타게 기다렸던 제품이 나왔을 때 그 감동, 감격, 감사는 지금도 생생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최 회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자사주 매입 의혹이다. 최 회장 등 64명은 지난 2020년 3월 12~27일 포스코 주식 1만9209주(약 32억원)를 사들였다. 포스코는 4월 10일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의결해 공개했다. 이후 주가는 뛰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최 회장 등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외에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해 경찰이 수사를 벌여 혐의가 인정된다며 송치했다.
무엇보다 임기 말 제기된 '이사회 논란'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2019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사회와 지난해 8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이사회 과정에서 '호화 이사회'를 열었다는 의혹으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다.
이사회 논란 대상에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주도한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위원장 박희재 서울대 교수 등도 포함돼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 의혹과 관용차 사적 유용 의혹, 이사회 논란 등으로 퇴임 이후에도 검경 수사는 지속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도하차설이 돌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에 취임한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해외순방 등에 동행하지 않았다. 3연임 도전 가능성도 언급됐으나 무산됐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후추위 공정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회장 임기를 마친 최 회장은 앞으로 3년간 그룹 고문을 맡는다. 최 회장 후임으로 낙점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은 오는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10대 회장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