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여금·개인연금 시급 적용 주장…소급분에 대한 청구소송
HD현대중공업은 재판 후 지급…삼성重 "소장 확인 후 대응"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근로자들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통상임금'과 관련해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추석 상여금과 개인연금 등을 시급에 적용시킨 판례에 따라 소급분에 대한 통상임금을 청구한다는 취지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법무법인 오라클과 함께 회사를 대상으로 통상임금 소급분 청구를 위한 소송원고 모집 공고를 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다. 야간 근무, 연장 근무, 휴일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특히 법원은 매월 지급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받는 '정기 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삼성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의 취지도 설날과 추석 상여금, 개인연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4년 1월 급여부터 설, 추석 200%를 월할 지급하고, 법원이 통상임금으로 포함시킨 2021년 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기간에 대해서 소급분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만일 승소할 경우 소급분 차이가 설 추석 상여 40만20840원, 귀향비 44만9280원, 개인연금 146만2320원, 하계 휴가비 37만3680원 등 약 630만6120원이 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직원 수는 9462명으로 630만원을 단순 계산했을 때 약 596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동종업계인 HD현대중공업의 경우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조와 11년간 소송전을 벌인 끝에 지난해 7000억원 규모의 소급분을 모두 지급했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삼성중공업의 인건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 앱 등에서 삼성그룹 중 삼성중공업의 연봉이 가장 낮다는 폭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HD현대중공업의 1인 평균 급여는 연봉 6422만원, 삼성중공업은 6400만원 수준이다. 한화오션은 6300만원이었는데, 한화그룹이 인수한 후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의 낮은 처우를 개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통상임금 소송 원고 모집 포스터. /블라인드 앱 갈무리 |
문제는 삼성중공업이 흑자 전환한 이후에도 인건비 등 원가 상승이 지속되면 기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중공업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추후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며 목표 주가를 1만20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내렸다.
최광식 연구원은 "KC-1 보냉재 하자로 인한 손실 보상 관련 여러 소송으로 대규모 영업 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외주 단가와 인건비 상승을 반영하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 조선계열사들이 처우가 가장 좋으며, 한화오션은 모그룹 인수 이후 공격적으로 연봉 상승 등 처우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면서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HD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급여를 과도하게 많이 지급하며 핵심 인력을 빼앗아 갔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적이 있는데, 다시 말해 처우가 열악하기에 인력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소송 인원 모집과 관련해 삼성중공업 측은 정식으로 소장이 오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소송을 주장하는 측에서 얘기하는 것이 인정되지 않은 대법원 판례도 있어 소송을 해봐야 안다"면서 "소송을 하게 되면 거기에 맞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