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 10%로 치솟아
비트코인 현물 ETF, 하반기 공론화에 관심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새로 쓴 가운데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이 해외에 비해 10%가량 더 높은 값을 얹어 거래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뉴시스 |
비트코인 몇 개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비트코인이 개당 1억원을 향해 질주하면서 투자자는 물론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이유는 뭘까. 안전 자산이라는 평가와 실체 없는 거품이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투기처가 아닌 투자처로 비트코인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까. <더팩트>가 비트코인이 들썩이는 원인과 그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최근 급등하면서 역사적 신고가를 새로 쓴 가운데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이 해외에 비해 10%가량 더 높은 값을 얹어 거래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비트코인 급등의 원인으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에 따른 거래량 상승이 지목되면서 향후 국내 도입 여부에 투자자의 관심이 모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도입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9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오후 4시 37분 기준 24시간 전 대비 0.87% 오른 9480만원대에 거래됐다. 지난 5일 9700만원까지 치솟으며 최고점을 찍은 비트코인은 이후 880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며 9400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해 초 대비 4배 넘게 오른 비트코인이 이제 1억원 선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해석도 나오면서 개미들의 투심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국내외 비트코인 시세 차이를 뜻하는 '김치 프리미엄'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국내거래소에서는 해외거래소보다 6%가량 비싼 값을 얹어야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 지난 5일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12%를 넘어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포모(Fear Of Missing Out, 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 심리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CC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에서의 원화 비중이 미국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 6일까지 원화 거래량 비중은 41%로 달러(40%)를 사상 처음으로 앞섰다.
비트코인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란 시장 전망에 투자 열기가 가열되는 모양새다. 다음 달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4번째 반감기를 맞아 이전 3차례 반감기 때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3배 이상 오를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버블(거품)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스스로 수익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 관심이 확대된 가운데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비트코인 관련 공약을 내놨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과 관련한 공약이 투자자의 관심을 자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트코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과 상장, 거래를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등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해 비과세 혜택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 자산 증식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SEC 승인 결정에 따라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가 시작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거래가 불허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날인 11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월 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네 번째 민생토론회 사후브리핑을 통해 "너무나 명확하게 입장이 나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더 더하거나 뺄 게 없는 것 같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이 시장에 미치는 여러 영향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당국의 매매 제한 권고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려던 국내 증권사는 관련 작업을 '올스톱'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를 불허하고 비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만큼 추후 현물 ETF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더팩트 DB |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를 불허하고 비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만큼 추후 현물 ETF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는 투자가 가능한 외국 시장에 상장된 선물 ETF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최근 한 달간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를 약 431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해외 주식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50위권 종목 중 21위다. 해당 상품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지수를 추종하며 레버리지 상품으로 등락률에 따라 두 배 손익을 볼 수 있다.
다만 수익률 차이 탓에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물 ETF에 비해 상대적 열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ETF 운용사가 실제 비트코인을 구입해 코인베이스 같은 수탁회사에 맡겨두는 구조로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선물 ETF는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선물 계약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관련 비용이 발생한다. 비트코인 상승 시 현물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이번 총선 이후 가상자산 ETF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되려면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회가 열리게 되면 가상자산 2차 입법 논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전망하자면 하반기쯤 공론화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상 제약이 있다는 점은 여전한 걸림돌이다. 자본시장법상 중개가 가능한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에 비트코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과 관련해 정부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되, 자본시장법상 제약이 있어 입법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는 당국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통과가 되면 당연히 관련된 상품들을 잘 준비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도 현물 ETF가 11개 정도 상장돼 있는데 (금융당국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 비트코인 자체가 변동성이 큰 자산이고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작동할지 그런 부분들도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