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8월 13일 214만9000원까지 치솟아
중국 실적 아쉽지만…증권가 "북미시장 성장 기대"
2014년 장중 한때 214만9000원까지 올랐던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아메리칸드림'을 향해 도약하고 있다. /더팩트 DB |
한때 1주당 100만 원을 호가하며 황제주 반열에 오른 종목들이 있다. 국내 증시 역사상 황제주 자리에 올랐던 종목은 코스피 11개, 코스닥 5개 등 도합 16개 종목이다. 높은 가격만큼 투자자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 국내시장에서 황제주는 자취를 감췄다. 경영진을 둘러싼 논란, 실적 또는 업황 악화, 물적분할 등 왕좌를 내려놓은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고금리·고유가·고환율 '3고' 우려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중동발 리스크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한때 황제주로 위상을 뽐냈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로 현재는 몸집을 줄인 격동의 종목들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지난 2010년 6월 15일 아모레퍼시픽은 종가 100만2000원을 기록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장중에는 102만8000원까지 뛰었다. 201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주가 200만원대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당해 8월 12일 198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던 아모레퍼시픽은 13일 개장하자마자 단숨에 200만원대로 올라섰다. 장중 한때 214만9000원까지 뛰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고, 종가는 전날보다 4.44% 오른 206만8000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1주당 가격이 가장 비싼 황제주였다. 그야말로 '아모레퍼시픽 전성시대'였다.
당시 국내 화장품 업계가 호황은 아니었다. 2014년 2분기에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원화 강세 현상이 심화되면서 업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아모레퍼시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중국과 면세점 성장에 따른 실적 성장 때문이었다. 한류 열풍으로 중국 관광객 '요우커'가 국내 화장품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서울 명동의 화장품 판매장에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풍경은 예사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3분기에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화장품 매출 가운데 면세점 비중도 2013년 13.2%에서 2014년 3분기에는 19.5%로 급성장했다. 면세점 매출액은 약 1960억원으로 2013년 3분기보다 100.3% 급증했다.
◆ "유동성 개선·거래 활성화 목표"…5000→500원 액면분할 추진
상승가도를 달리던 아모레퍼시픽은 황제주 입성 5년여 만에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유통 주식수 확대에 따른 유동성 개선과 거래 활성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었다.
2015년 3월 3일 아모레퍼시픽은 5000원이었던 주식 액면가를 종전 대비 10분의 1인 500원으로 분할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액면분할 절차 바로 직전일인 2015년 4월 21일 38만8500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37만6500원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와 아모레G(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회사) 일반주, 아모레G 우선주 역시 5000원이었던 액면가가 500원으로 분할되면서 주가가 10분의 1 가격으로 내려가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2015년 5월 8일 주식시장에 분할 재상장한 아모레퍼시픽의 5~7월 일평균 거래량은 35만주까지 뛰었다. 2014년 1만6000주 수준이었던 것과 견주면 22배가량 폭증한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액면분할 전(1월 7일~3월 2일)과 변경상장 후(5월 8일~5월 27일)를 비교하면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의 일평균 거래량은 각각 175.0%와 104.8% 늘었다. 동기간 주가는 각각 42.6%, 39.6% 상승했다.
2015년 5월 31일 한국거래소는 액면분할 변경 상장 이후 한 달간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의 개인투자자 거래량 비중이 각각 120.6%, 112.5%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액면분할 결정 전 1만3000주에서 변경 상장 공시 후 61만8000주(4816.5%)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모레G의 개인 투자자 순매수는 액면분할 결정전 1만2000주에서 45만5000주(3763.9%)로 늘었다.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져 순매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배당 확대 정책이 가계소득으로 연결되는데 용이한 구조가 된 것이다.
◆ 메르스·사드·코로나 직격탄에 '주춤'…주가 11만원선 횡보
다만, 유동성과 별개로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 처음 발생한 2015년 5월에는 11일과 13일, 15일, 18일, 27일, 29일을 빼고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2016년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성주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이 한류 콘텐츠 유통을 차단하거나, 중국인 여행객의 한국 관광을 제한하는 등 직∙간접적인 경제적인 보복 조치를 본격화한 것이다. 주가는 2017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 종가가 30만4500원으로 사드 배치 결정 직전 44만1000원과 비교해 31.0% 떨어졌다.
2019년 연말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기점으로 창궐한 코로나19의 여파로 관광객이 한국을 오가는 하늘길이 사실상 끊기면서 다시 직격타를 맞았다. 아모레퍼시픽은 팬데믹 2년 차인 2021년 업계 1위 자리를 LG생활건강에 1조6000억원 차이로 내줬다.
중국 소비층의 변화도 아모레퍼시픽에 악재로 작용했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신세대 여성은 맹목적으로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기보다 '가성비'를 챙기며 국내산(중국산)을 이용하자는 애국 소비 경향을 보였다. 중국 시장 내 프랑스·일본 화장품 시장의 약진도 따라잡지 못했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중국 화장품 수입 시장을 선도했던 한국이지만 2019년에는 일본과 프랑스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2019년 첫 거래일에 19만3500원으로 출발했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그해 8월 27일 12만2000원선까지 떨어졌다. 겨울 특수로 12월 30일에는 20만원으로 올랐지만 이후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은 팬데믹 여파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꾸준히 하락해 최근에는 11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이달 8일 아모레퍼시픽은 전 거래일 대비 0.62%(700원) 하락한 11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은 팬데믹 여파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최근에는 11만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더팩트 DB |
◆ '중국몽'보다 '아메리칸드림'…코스알엑스 인수에 기대감 'UP'
수차례 부침을 겪었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에도 희망은 있다. 바로 '북미 시장 선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를 인수했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매출 중 90% 이상이 북미와 유럽, 일본 등 비 중국권에서 나왔다. 아모레퍼시픽은 다음 달 30일 6080억원을 투입해 코스알엑스 지분 47%를 추가 취득하고, 2025년에는 잔여 지분인 10.6%를 취득하며 지분 100%를 확보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1년 코스알엑스에 1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8.4%를 확보하면서 잔여 지분 57.6%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받았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이니스프리 등과 함께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북미 사업을 키울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 라네즈를 필두로 설화수, 마몽드, 이니스프리 모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북미시장 세포라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제품도 늘리고 프로모션을 강화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미국 유명배우 시드니 스위니를 엠배서더로 발탁해 활용하며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채널적으로는 7~8년 전의 오프라인 중심 운영이 아닌 아마존, 세포라 등 대형 플랫폼과 적극적인 협업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좋은 기조로 지속적으로 고객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4년 3월 8일~2024년 3월 8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차트.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갈무리 |
◆ 증권가 "아모레퍼시픽, 다시금 바닥 다질 것" 기대감↑
증권가에서도 코스알엑스 편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올해 북미 시장을 공략 브랜드로 내세운 라네즈의 인기도 돋보인다. 라네즈는 해외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설화수보다 한 단계 낮은 프리미엄이지만 북미 매출 비중이 2021년 5% 수준에서 2023년 25%까지 높아졌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법인은 현지 수요 위축뿐 아니라, 설화수 제품 리뉴얼로 인한 온라인 채널 재고 조정, 오프라인 매장 축소 등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 감소와 재고 조정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북미 채널은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 라네즈의 성장 트렌드가 지속될 전망이고 5월부터는 코스알엑스의 연결 실적 편입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 적자가 계획만큼 빠르게 축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스알엑스 실적이 예상을 상회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코스알엑스로 집중되겠다"고 관측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법인은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매출보다 이익에서 중국 법인의 부정적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중국 법인의 흑자 전환이 향후 주가 반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라네즈의 북미 매출 고성장 지속이 기대되는 점, 올 5월 연결 편입 예정인 코스알엑스의 진출 국가를 통한 고성장이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급락한 아모레퍼시픽은 다시금 바닥을 잡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