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이어진 영풍그룹과 고려아연의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이 2년 전부터 끝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다음 달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 장형진 고문(상단 왼쪽) 일가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상단 오른쪽) 일가가 경영 관련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각 사 제공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지분 경쟁을 벌여온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경영과 관련한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지난 19일 고려아연은 오는 3월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의 안건을 상정한다고 공시했다. 이사 선임안에는 최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영풍그룹을 공동 설립한 이후 두 창업주 일가는 70년간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2022년 최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장씨 일가와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2년 전에는 장씨 일가가 최씨 일가에 비해 지분율이 10%이상 앞섰지만, 최씨 일가의 지분 매입과 백기사 참여 등을 통해 양측 지분율은 현재 약 33%(최씨 일가) 대 32%(장씨 일가) 수준으로 역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영풍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3월 주총 안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결산배당으로 주당 5000원을 결정했는데, 지난해 중간배당 주당 1만원을 더하면 지난 1년간 주당 총 1만5000원을 배당하는 셈이다. 이에 영풍 측은 주당 현금배당이 전기 2만원에 비해 5000원 감소해 주주가치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또 영풍은 고려아연이 외국인 합작법인에만 신주인수권·일반공모증자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조항을 삭제하는 것도 반대했다.

영풍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특별한 경우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만 실시해야 한다"면서 "신주인수권에 대한 제한을 풀어 기존 주주를 포함한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임의적으로 부여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것은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풍은 "이미 고려아연은 2022년 9월부터 외국 합작법인에 대한 잇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체 주식의 약 10%에 달하는 신주 발행과 자사주 매각 및 상호지분투자 등으로 약 16% 상당의 지분을 외부에 넘겼다"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영풍이 최 회장이 주도하는 주총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다음 달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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