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윤 회장 장남 정경선 CSO 주도…보험산업 다각화 꾀할지 관심
지난해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사진)의 '2세 경영'이 본격 시작됐다. /현대해상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현대해상이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연말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O, 전무)의 '2세 경영'이 본격 시작된 만큼 이번 인터넷은행 도전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해상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통해 보험산업의 다각화를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현대해상은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함께 제4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한 '유뱅크(U-Bank)'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유뱅크 컨소시엄에는 현대해상 외에도 핀테크기업 '렌딧',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외환 송금과 결제 스타트업 '트래블월렛',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서비스 '루닛'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앞서 제4인터넷은행 추진을 발표한 KCD뱅크와 소소뱅크 컨소시엄에 이은 세 번째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현재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현대해상은 현재 제4인터넷은행을 추진하고 있는 컨소시엄 중 유일한 대형 금융회사다. 특히 유뱅크 컨소시엄의 경우 현대해상이 보험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사업적·재무적 지지대 역할을 맡게 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주로 참여해 온 건 금융지주나 은행 혹은 증권사였다.
현대해상의 인터넷은행 설립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설립 법안이 통과되면서 현대해상은 인터파크 등과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설립해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어 지난 2019년에는 토스가 추진하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최종적으로 참여 의사를 철회했다.
계속된 불발에도 현대해상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회사의 지속 가능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근 보험업계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현대해상은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대비 판매채널이 제한적이나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 시 채널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현대해상에 합류한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CSO의 2세 경영이 본격 시작된 만큼 현대해상의 이번 인터넷은행 도전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임원 선임과 함께 정 CSO는 지난달 현대해상 지분 0.45%를 공시하며 조직 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 CSO는 현재 디지털전략본부와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등을 총괄하고 있다. 디지털전략본부가 시행하는 사업 가운데 인터넷은행 설립은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정 CSO 역시 인터넷은행 설립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대해상의 인터넷은행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로 2015년부터 진출 검토를 해왔다. 당사의 인터넷은행은 진출은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당사 신사업 도전인 만큼 선임된 CSO의 역할의 한 부분이고 의미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저출산과 고령화 등 불확실성 증가로 손해보험산업에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당사의 고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이 정경선 CSO의 경영수업의 일환이자 그의 역량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팩트 DB |
일각에서는 실제 일부 보험사들이 2세 경영의 시작을 그룹 내 디지털 신사업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정 CSO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 2019년 국내 최초 디지털보험사 캐롯손해보험 설립 등의 성과를 내고 지난해 초 9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 팀장도 그룹의 핵심 부서로 통하는 그룹데이터전략팀을 이끌고 있다.
이에 업계는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이 정 CSO의 경영수업의 일환이자 그의 역량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디지털, 빅데이터, 신성장 등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은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란 시각도 있다. 당국의 최소자본금과 자금조달 방안 등의 인가 조건을 맞출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금리대출 계획, 신용평가모델(CSS) 등을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 요건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인가 요건은 △자본금 요건 △자금조달 방안 △주주구성 계획 △사업계획 등이었다.
디지털금융 가속화에 따라 기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신규 설립되는 인터넷은행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설립 추진하는 인터넷은행들이 소상공인, 시니어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시중은행을 포함해서 모든 은행들이 이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과연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 의문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은행들이 서로 가지고 있는 파이를 뺏고 뺏기는 경쟁 상황에서 인터넷은행도 결론적으로는 자산을 성장시켜 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구조에서 후발주자인 인터넷은행의 신규 플레이어가 유의미한 실적을 낼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대해상 관계자는 "당사가 참여한 유뱅크 컨소시엄은 시니어, 소상공인·중소기업, 외국인을 위한 포용금융을 추구하며 사회가 지난 문제점을 금융의 관점을 풀어내 보려고 한다"면서 "또한 ICT 스타트업과 전통적인 금융기업이 보유한 강점을 융합해 새로운 은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