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상보험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정부가 113억원대의 산업재해보상보험 부정수급액을 적발했다. 노무법인이 이른바 재해보상금의 3분의 1가량을 수임료 명목으로 떼어가는 사례도 포착해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은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실시됐다.
고용부는 감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 등 각종 신고 시스템 등을 통해 접수되거나 자체 인지한 883건 가운데 486건(55%)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적발액은 약 113억2500만원이다.
산재 신청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 93%를 차지했다. 신청 건수는 2017년 2239건에서 지난해 1만4273건으로 6.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상급여액도 347억원에서 1818억원으로 5.2배 늘었다.
이 장관은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서는 현재 부당이득 배액징수,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 조치 중에 있다"며 "부정수급으로 의심된 4900여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는 일부 노무법인들이 '산재 브로커'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난청을 앓던 A씨는 노무법인이 선택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병원 이동 시 노무법인 차량으로 이동하고 진단비와 검사비 역시 노무법인에서 모두 지급했다.
이후 A씨가 소음성 난청 승인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약 4800만원을 지급 받자, 이 중 30%에 해당하는 1500만원을 수임료 명목으로 받아갔다. 또 다른 재해자 B씨 역시 관절염 진단을 노무법인이 추천한 병원에서 받았고, 재해보상금의 30%에 해당하는 700만원을 수임료로 떼어갔다.
이 밖에도 근골, 난청 등 산재 상담과 신청을 변호사나 노무사가 아닌 사무소 직원이 진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근골, 난청 등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C씨는 산재 소송 과정에서 담당 변호사를 단 한 번 만나고 나머지는 모두 사무소 직원과 소통했다. D씨 역시 근골 및 난청 관련 상담과 산재 신청은 노무사 행세를 한 직원이 전담했고, 수수료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이 장관은 "지금까지 파악한 위법 정황을 토대로 공인노무사 등 대리 업무 수행과정 전반을 조사하고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개소에 대해 처음으로 수사를 의뢰했다"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공인노무사에 대한 징계, 노무법인 설립 인가 취소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정수급자에 대한 형사고발 기준을 강화하고 전담부서를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이번 감사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됨에 따라 산재 보상제도 전반을 점검할 방침이다.
우선 업무상 인정 기준인 '질병 추정의 원칙'에 대한 법적 근거 미비 문제와 소음성 난청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이 장관은 "질병 추정의 원칙은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 입증 부담을 완화하고 쉽고 빠르게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인데, 법적 위임의 정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운영돼 현장의 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음성 난청은 판례 등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일이 '진단일'로 변경되면서 청구권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졌고 산재 인정 시에도 연령별 청력 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앞선 사례들처럼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wisdo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