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회장이 이끄는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2343억원을 기록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석준 회장이 이끄는 NH농협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이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비이자이익에도 신용손실충당금을 2조원 넘게 쌓으면서 전년도와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23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0.2%(34억원) 증가한 수치다.

농협금융은 실적 상승에도 주요 금융지주 중 순이익 규모 꼴찌 자리를 유지했다. 금융지주 중 4위를 차지한 우리금융은 지난해 2조51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19.9%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농업지원사업비(4927억원)를 감안한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조5774억원으로 우리금융을 앞섰다. 농업지원사원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매년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농협 본연의 목적사업인 농업인·농촌 지원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당기순이익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은 대손충담금을 확대한 영향이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2조10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8% 증가했다.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02.12%를 기록했다.

보험 회계기준 변경 요인 역시 발목을 잡았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8조544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6%(1조118억원) 감소했다. 보험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분을 제외할 경우 실질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7.8%(7481억원) 증가했다.

반면 비이자이익이 성장하면서 전년 수준의 순이익을 유지했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1조6859억원)은 전년 대비 156.3%(1조282억원) 증가했다. 특히 비이자이익 중 유가증권 운용이익(1조4478억원)이 전년 대비 245%(1조289억원) 성장했다.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7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NH농협은행

◆ 증권·손보 '효자 계열사'…생보·캐피탈 실적 뒷걸음

주요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실적은 소폭 성장했다.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7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전년 대비 1조137억원 증가한 1조6843억원이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82.27%를 기록했다.

다만, 자산건전성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0.57%로 전 분기 대비 0.08%포인트 올랐다.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7%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03%포인트 올랐다. 이는 4대 시중은행의 평균 NPL 0.2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NPL이 낮을수록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된다.

연체율도 늘고 있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연체율은 0.43%로 전 분기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는 증권과 손보사가 '효자 노릇'을 했다. NH투자증권과 NH농협손해보험의 순이익은 5564억원, 14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3.4%, 26.7%씩 증가했다.

반면 생보사와 캐피탈, 저축은행의 실적은 모두 뒷걸음질 쳤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캐피탈의 순이익은 1817억원, 855억원으로 각각 16.3%, 17.1%씩 감소했다. NH저축은행도 562억원 적자 전환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그룹 연결손익은 2022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비이자이익 증가와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통해 더욱 안정적인 손익구조를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불확실한 경영여건에 대비해 촘촘하고 선제적인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소비자보호를 강화해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확립하는 한편, 농협금융 본연의 역할인 농업·농촌 지원과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업 전반에 AI·디지털과 ESG 접목을 추진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과 함께 중장기 수익 기반을 확보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