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지났지만 가격 고공행진 중
정부 물가 안정 위해 300억원 투입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5일 기준 사과(후지) 가격은 10개에 2만9737원으로 설 연휴 직전인 지난 8일(2만5243원)보다 17.8% 급등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설 연휴가 지났지만 배·사과 등 과일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과일 값이 치솟은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기상악화로 작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명절이 끝나면서 정부의 명절 할인 지원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사과(후지) 가격은 10개에 2만9737원으로 설 연휴 직전인 지난 8일(2만5243원)보다 17.8% 급등했다. 1년 전(2만3102원)보다는 28.7% 오른 수준이다.
배(신고)는 10개에 3만8645원으로 설 연휴 직전(3만1739원)보다 21.7% 상승했다. 1년 전(3만244원)보다는 27.8% 비싸진 가격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설 명절 전에는 농축수산물 할인을 30%까지 지원했다"며 "할인 지원율이 20%로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상기후에 수확기 탄저병·우박까지 겹치면서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다른 과일과 다르게 사과와 배는 수입물량이 전무하다. 정부가 외래 해충과 과수화상병, 사과빗자루병의 유입 가능성을 최소화 하기 위해 까다로운 검역 조건을 내걸어 수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일 가격의 상승이 전체적인 고물가를 부추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 1월 소비자물가에서 '과실'의 기여도는 0.4%포인트였다. 이는 2011년 1월(0.4%p)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과와 배의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과일 생육 주기가 1년 단위인 만큼 올해 수확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에 정부는 설 연휴 이후로도 가격 강세를 지속 중인 일부 농축수산물의 물가 안정을 위해 300억원 투입해 최대 50%까지 할인을 지원한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2~3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약 300억원을 투입해 과일, 오징어 등 불안 품목에 최대 40%~50% 할인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설 이후에도 과일과 일부 채소류의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물가안정 노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7차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제10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중장기적으로 사과·배 수급 구조를 개선에도 나선다. 올해 계약재배 물량을 사과 6000톤, 배 2000톤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이후에도 계약재배물량 확대를 위한 농가 직접지원 등 제도개선을 추진해 정부가 방출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사과농가와 산지유통센터를 각각 방문해 생육관리 상황과 명절 이후 수급 동향을 점검했다. 송 장관은 "수급 불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올해 생육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3∼4월 발아·개화기 관리가 중요한 만큼 농가와 지방자치단체, 농촌진흥청 모두 이 시기에 냉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설 성수품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더팩트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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