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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올 설날에도 발로 뛴다…연휴 이후 행보도 '주목'
입력: 2024.02.09 00:00 / 수정: 2024.02.09 00:0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지난 6일 출국해 중동·동남아 일정 소화
'M&A 추진·등기이사 복귀' 연휴 이후 움직임에도 관심 쏠릴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추석 연휴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네옴시티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올 설날에도 명절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추석 연휴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네옴시티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올 설날에도 '명절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민족 최대 명절 설 연휴가 시작됐다. 재계 총수들도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 구상에 나선다. 반면 휴식 없이 직접 발로 뛰며 주요 사업을 챙기는 총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표적이다. 명절 연휴를 활용해 해외 현장 경영을 펼쳐온 이재용 회장은 올 설 연휴에도 쉬지 않는다. 지난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사법리스크 부담을 던 이재용 회장은 다음날 바로 아랍에미리트(UAE)행 비행기를 탔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6일 김포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출국해 UAE 등 중동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출국 후 아직 공식적으로 동선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지 고위층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UAE는 이재용 회장이 2022년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선택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지역이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바라카 원전은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짓고 있는 한국의 첫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이재용 회장은 중동 지역을 점검한 뒤 말레이시아 등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는 동남아 지역을 연달아 방문한다. 말레이시아는 삼성의 동남아 생산·판매 거점 국가 중 하나다. 특히 삼성SDI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이 밖에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유럽을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귀국 시점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방문지를 고려했을 때 장기 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 2014년부터 국내 사업장이 휴식기에 돌입하는 명절 연휴를 활용해 해외 사업을 챙겨 왔는데, 코로나19 확산 시기를 제외하고 매번 폭넓은 행보를 이어갔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회동 사실이 전해진 것도 명절이었다. 외부로 알려진 것만 살펴보면, 2019년 설과 추석에는 각각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았고, 2020년 설 연휴에는 중남미 주요 국가의 현지 공장을 점검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추석에는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 현장과 삼성전자 이집트 TV·태블릿 생산공장, 삼성전자 이스라엘 연구개발(R&D)센터를 방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하기 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하기 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어낸 점도 폭넓은 경영 행보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재용 회장의 이번 해외 출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바로 다음 날인 지난 6일 이뤄졌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사법리스크에 시달렸고, 그동안 '삼성의 미래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재용 회장이 이번 무죄를 계기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 신사업 발굴·육성을 포함한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재계 판단이다.

설 연휴 이후에도 이재용 회장을 향한 관심은 계속 뜨거울 전망이다. 우선 이번 출장과 관련한 성과물에 시선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귀국길에 신사업 기회를 모색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면, 인수합병(M&A)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은 직후부터 삼성의 'M&A 시계'가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회장이 다음 달 등기이사로 복귀할지 여부도 큰 관심사다. 이재용 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나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받으면서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가 만료됐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 임원은 이재용 회장이 유일하다. 현재 책임경영 차원에서 복귀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반대로 역할에 큰 변화가 없어 굳이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구나 검찰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 사법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되진 않았다.

아울러 이재용 회장이 '뉴삼성' 시대를 알리는 대규모 인사·조직개편에 나설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 구심점을 찾는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룹 전반의 현안을 조율하는 미래전략실은 국정농단 사태 때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공중 분해됐다. 이후 재계에서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유도하고 중장기 성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이찬희 위원장도 지난해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 없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이 준법경영 의지를 재차 드러내기 위해 위원장을 비롯한 준감위 위원들과 만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5일 출범한 준감위 3기는 이달 중순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준감위 2기 출범 당시에도 위원장을 만나 준법경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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