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의존과 도파민 중독 탈피 위한 공간
직원에게 스마트폰 제출하는 'NO 스마트폰' 체험 공간
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이 청년세대의 가장 큰 문제인 스마트폰 과의존과 도파민 중독 해소를 위해 '디지털 디톡스'를 권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서다빈 인턴기자 |
[더팩트ㅣ서다빈 인턴기자] '젊은이의 거리'로 꼽히는 서울 홍대입구역에 찜질방을 닮은 체험 공간이 등장했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 놓고, 차분히 명상을 권하는 체험관에 적힌 "송글송글 찜질방, 도파민 쫙 빼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디지털 디톡스'를 권하는 이 공간은 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이 마련했다.
SK텔레콤은 서울 홍대 소재 ICT 복합 문화공간인 T팩토리에서 독특한 체험형 전시 ‘송글송글 찜질방, 도파민 쫙 빼 드립니다’를 오는 3월 31일까지 운영한다.
도파민은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의 감정, 행동, 반응 등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어려운 목표를 성취했을 때 나오며 우리의 '동반자'인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숏폼 콘텐츠를 접할 때도 분비된다. 이러한 자극이 반복될 시 도파민 수용체 수가 줄어들어 쾌락을 얻기 위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 나서게 되고 이는 중독으로 이어진다. 앉은 자리에서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아도 새로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는 숏폼 콘텐츠는 도파민 중독의 대표적인 사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청년세대의 가장 큰 문제인 스마트폰 과의존과 도파민 중독을 잠시 해소해보고자 이러한 이색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치 목욕탕처럼 꾸며진 T팩토리 입구에 들어서자, 현장 직원이 '도파민 중독 자가진단' 질문지를 건넸다. 질문지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숏폼 콘텐츠, 게임, 술, 담배 등 을 '그것'이라 지칭하며 '몸에 좋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멈출 수 없다', '그것 때문에 늦게 잠이 든다', '하루 동안 휴대전화가 없이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 같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본격적인 체험을 위해 현장에 들어서자 목욕탕 의자, 목욕탕 열쇠 보관함, 목욕 바구니 등이 취재진을 반겼다. 전시 공간 내부를 둘러보니 실제로 찜질방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총 2층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은 크게 △휴대전화 보관존 △책 진열존 △독서·퀴즈 체험존 △명상 체험존 △인증서 수령존으로 구분된다.
직원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제출하는 것이 디톡스 체험의 시작이다. 스마트폰을 직원에게 제출하니 목욕탕 열쇠가 돌아왔다. /서다빈 인턴기자 |
직원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제출하는 것이 디톡스 체험의 시작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방문객은 도파민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인 스마트폰을 보관함에 맡겨야지만 이후 체험을 진행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직원에게 제출하니 목욕탕 열쇠가 돌아왔다.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독소를 해소하는 것처럼 전시 공간을 통해 도파민을 해소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여러 분야의 책이 진열된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사회문제를 다룬 책부터 에세이, 단편 소설, 시집 등의 다양한 서적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다른 전시장과 달리 시계가 비치돼 있지 않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온전히 독서에 집중이 가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T팩토리에 있던 디지털시계를 빼고 독서 시간 체크를 위해 아날로그 시계 하나만 비치해뒀다"고 말했다.
체험 공간 중에서도 명상과 퀴즈가 가장 인기였다. 명상 공간에서는 MP3와 줄 이어폰을 통해 도파민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을 청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퀴즈 공간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몰입 거리인 스도쿠, 숨은그림찾기, 컬러링 북 등을 방문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문제에 과몰입해 의자에 앉지도 않고 바닥에 누워 문제를 풀기도 했다.
네 가지 체험을 마치고 도파민 점수를 모두 차감한 방문객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타월을 인증서로 제공한다.
전시 공간은 크게 휴대전화 보관존, 책 진열존, 독서·퀴즈 체험존, 명상 체험존, 인증서 수령존으로 구분된다. 체험 공간 중에서도 명상과 퀴즈가 가장 인기였다. /서다빈 인턴기자 |
현장에서 만난 정다겸(21) 씨는 "스스로 도파민을 제어하지 못했는데 전시 공간 덕분에 스마트폰과 멀어져 보니 내가 심각한 도파민 중독자라는 걸 느꼈다"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바로 못 남기니깐 눈으로 더 오래 담기 위해 순간에 집중하게 돼서 좋았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이야기했다.
박가은(21) 씨는 "우스갯소리로 밥 먹을 때 넷플릭스를 보지 않으면 밥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도파민 중독이 심각하다"며 "스마트폰 없이 시간을 보낸 게 굉장히 오랜만인데 처음엔 불안했지만 책에 몰입하다 보니 시간 가는지도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SK텔레콤는 T팩토리의 다양한 체험형 전시를 통해 청년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빈티지 카메라, 전통주·위스키, 게임 등 청년세대의 트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형 전시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다양한 전시를 통해 T팩토리 방문 고객이 늘고 온라인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청년세대의 홍대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T팩토리를 통해 2030세대들과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bongous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