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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문제다⑧] 대유위니아 박영우, 임금체불 논란 여전…"한 가정 무너뜨린 약탈자"
입력: 2024.02.05 00:00 / 수정: 2024.02.05 00:00

직원 임금 떼먹은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상환 약속도 어겨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대표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대표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부분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에 개입하는 '재벌 경영'을 하고 있다. 이는 최고경영자(CEO)가 하기 어려운 중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굴곡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기업들이 오너 경영의 긍정적 사례다. 하지만 오너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거나 퇴행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있는 기업을 차례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가정의 행복을 무너뜨리는 약탈자라고 볼 수 있다."

회사 직원으로부터 이러한 혹독한 평가를 받는 인물은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다.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 뭇매를 맞았고,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국정감사 당시 약속마저 끝내 지키지 않아 직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비난의 대상이 된 기업인이다. 수십 년간 대유위니아에서 일한 직원은 박영우 회장의 임금체불 행태를 놓고 '노동 약자에 대한 사회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을 하면,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하지만, 오너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사실상 돈을 주지 않은 게 아니라 돈을 빼앗은 꼴"이라며 "박영우 회장의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직원들은 가장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파탄에 이른 가정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광주시가 집계한 체불임금액은 800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퇴직금과 협력사 피해액 등을 포함하면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노조는 거리로 나섰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산하 위니아전자·위니아딤채지회는 지난달 22일 "박영우 회장의 무능하고 부도덕한 경영 결과에 노동자들만 빈털터리가 될 수 없다"며 박영우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박영우 회장의 조카인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구속됐지만, 그룹의 실질적 소유자인 박영우 회장은 미등기 임원이라는 점에서 형사 처벌을 피하고 있다.

◆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경영 위기 직면

대유위니아그룹은 박영우 회장이 1999년 광주에 자동차 시트 제조업체 대유에이텍을 설립한 것이 기원이다. 이후 부품, 가전, 레저,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한때 대유위니아그룹은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김치냉장고의 원조인 '딤채' 브랜드를 보유한 위니아 등 가전 계열사를 앞세워 성장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몸집만 키우고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 위니아전자, 위니아,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대유플러스, 위니아에이드 등의 계열사가 지난해 9월부터 경영 악화로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이며, 현재 위니아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한 매각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건 '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경기 침체,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무리한 문어발식 회사 확장과 쪼개기 등으로 인해 경영난이 심화됐고, 의사결정권자인 박영우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영우 회장은 최상위 지주사 동강홀딩스(지분 37.36%)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박영우 회장 등 오너 일가→동강홀딩스→대유홀딩스→주요 계열사' 등의 구조다.

박영우 회장의 실책으로는 사명에서 '대우'를 떼 브랜드 파워를 잃은 점,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 인수와 빨래방·로봇 사업 진출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점, 생산설비를 해외로 옮겨 국내 사업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점 등이 꼽힌다. 또한, 남양유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실패, 320억 원의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도 주요 실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위니아전자·위니아딤채지회가 지난달 22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유위니아 임금체불·법정관리 사태와 관련해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위니아전자·위니아딤채지회가 지난달 22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유위니아 임금체불·법정관리 사태와 관련해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골프장 매각 후에도 체불임금 변제 없어

노조에 따르면 임금체불의 시작은 2021년부터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이듬해로, 그 사이 박영우 회장은 142억 원(2021년 65억 원·2022년 77억 원)의 연봉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고액의 연봉을 받고도 2000여 명에 이르는 직원에 대한 임금체불 문제 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던 박영우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임금체불 상환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골프장(몽베르CC) 매각을 통해 임금을 변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박영우 회장의 말대로 골프장은 매각됐다. 그러나 임금체불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박영우 회장은 국정감사 당시 골프장 매각 금액을 3000억~3500억 원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체불임금을 변제할 여력이 충분하면서도 일부러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직원들의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학구 위니아딤채지회장은 "박영우 회장은 골프장을 팔아서 직원들에게 10원도 쓰지 않았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사업장을 지키는 직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출까지 막혀 아이들의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박영우 회장 구속해 임금체불 책임 물어야"

직원들이 가장 답답함을 호소하는 대목은 박영우 회장이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해 그 어떤 설명, 소통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 매각을 통한 자금도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박종하 위니아전자지회장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을 때, 회사에서 설명해 주지 않았다. '사정이 어렵다'는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다"며 "이후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해 박영우 회장 등 경영진에게 직접 만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영우 회장의 얼굴을 전혀 못 봤을뿐더러, 골프장 매각 자금에 대한 사용처도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 환노위는 박영우 회장을 위증죄로 고발했다. 직원들의 지적처럼 기존 약속과 달리 골프장 매각이 끝났음에도 체불임금이 전혀 상환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위증죄를 묻지 않더라도 향후 박영우 회장에 대한 구속이 이뤄질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수백억 원대 임금·퇴직금체불 혐의 등으로 대유위니아그룹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광주 소재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재무 부서 사무실과 서울의 위니아그룹 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김학구 지회장은 "계열사 관계자, 임원, 관리인 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박영우 회장 당사자에 대한 수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각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실소유주인 박영우 회장이 미등기 임원이라는 이유로 계속 법적 책임을 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27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1조7000억 원 이상의 임금체불을 당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이제 정부도 임금체불 문제와 그 중심에 있는 박영우 회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박영우 회장은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 법의 잣대로 처벌하지 않고 묵인한다면 임금체불로 여러 가정이 흔들리는 피해는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향후 체불임금 상환 여부 등에 대해 질문하고자 대유위니아그룹 측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은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너와 관련한 어떠한 입장을 듣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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