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셀러, 와인 세이버 등 보관 도구 활용
산화 막아라…공기 맞닿으면 시큼한 맛 생겨
지난달 28일 서울시 구로구 홈플러스 신도림점 와인 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우지수 기자 |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혼자 사는 직장인 박 모(30) 씨는 '홈술족(집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이다. 최근 주말에 혼자 마시는 와인이 취미가 됐지만 개봉한 와인을 그날 모두 비우지 못하는 일이 잦아 고민이다. 박 씨는 "한 병을 다 마시기에는 부담스럽고 남은 와인은 보관 방법을 몰라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넣는다"며 "먹다 남은 와인을 일주일 뒤 다시 꺼내 보니 시큼한 맛이 나 먹기 힘든 상태였다"고 말했다.
최근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박 씨처럼 보관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와인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8000억 원대에서 2022년 2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온도·빛 등 보관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본자 대경대 세계주류양조과 교수는 "일정하게 서늘한 공간에 와인을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를 사용해도 좋다. 빛과 닿아도 맛이 변하니 주의하라"며 "개봉 후 2~3일, 적어도 개봉 1주일 이내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레드와 화이트 와인 보관 방법은 따로 차이가 없지만, 탄산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은 개봉일에 다 마실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온도·빛을 조절해 집에서 쉽게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와인 셀러'는 낯설지 않은 가전제품이 됐다. 최근에는 1인 가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크기인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와인 6병 보관)', 'LG전자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와인셀러(와인 8병 보관)' 등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와인 셀러를 사용하면 온도와 습도 등 보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서 "와인 시장이 커지면서 와인 셀러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2일 전자랜드 용산점 와인셀러 코너를 방문한 한 소비자가 캐리어 와인셀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랜드 |
그렇다면 한 번 개봉한 와인을 잘 보관해 변질 없이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와인은 공기와 오래 접촉할수록 시큼한 맛과 향이 생긴다. 와인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산화'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 번 개봉한 와인은 뚜껑을 다시 닫더라도 병 속에 공기가 들어간 상태로 보관된다. 박 씨가 보관한 와인이 일주일 후 달라진 맛을 낸 이유다.
전문가들은 개봉 와인의 산화를 늦출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와인 세이버(Wine saver)'를 사용하는 것이다. '와인 세이버'는 와인 병 입구를 막고 병 속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도구다. 근처 와인숍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2만 원 내로 구매할 수 있다. 보관하면서 충격이 가해지면 공기가 다시 병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와인 세이버'를 사용하지 않고 밀폐병에 소분하는 방법도 있다. 와인 개봉 후 남길 만큼만 텀블러, 유리병 등 용기에 가득 채워 밀봉하면 공기 접촉을 최소화해 보관할 수 있다. 다만 남기려는 와인 양과 준비된 병 용량이 항상 일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구본자 교수는 가정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맥주 페트병 보관법'도 제시했다. 구 교수는 "맥주 페트병에 와인을 소분해 보라"면서 "맥주 페트병은 불투명해서 내부에 빛이 덜 든다. 병 용량이 와인보다 클 경우 꾹 누른 뒤 공기를 빼고 닫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기가 완전히 빠지진 않겠지만 병째로 보관하는 것보다 맛을 오래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와인은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구매한 와인 뚜껑이 돌려 따는 스크류캡이라면 세워서 보관하면 된다. 반면 코르크 뚜껑이라면 1년 이상 오래 보관할 경우 눕혀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며 "세워 두면 코르크가 건조되면서 부피가 줄어 병 속으로 공기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병을 눕혀 두면 코르크가 와인에 젖어 부피가 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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