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기 회장 "변화·혁신 통한 재도약"
'애매한 위치' 지적에는 "시장 환경 주시"
문창기(사진) 이디야커피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지속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디야커피 |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한 커피기업 회장이 올해 경영 메시지로 '재도약'을 강조했다. 특히 뼈를 깎는 변화·혁신이 필요한 순간이라며 제품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로는 부동의 1위가 있고, 저가커피 브랜드의 가파른 성장으로 자리가 위협받자 회장은 올해 특단의 전략을 꾸렸다. 이 회사는 현재 시장 내 '샌드위치' 신세로 읽히고 있다. 이디야커피를 이끄는 문창기 대표이사 회장 얘기다.
문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지속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인테리어나 디자인 변화를 넘어서 고객의 마음을 두드리고,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 고객가치 중심 브랜드 리뉴얼, 가맹점 매출신장 총력, 해외진출 본격화 등 4가지 경영방침을 선포했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쇄신을 이뤄낼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가 혁신에 나선 이유는 회사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시장 포지션이 애매해졌다는 평가가 뼈아프다. 성장세를 가늠하는 매장 수 증감 추이도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라 그야말로 위기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이디야커피는 저가형 커피 브랜드가 아니라고 못 박기도 했다. 이미 더 저렴한 커피 브랜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일 "초저가형 커피 브랜드가 나온 뒤 이디야커피 위치가 애매해졌다"며 "저가형 커피 시장에서는 이디야커피를 직접적인 경쟁사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국내 커피시장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SCK컴퍼니) 등 상대적으로 고가 커피전문점과 메가MGC커피(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전문점으로 양분되는 분위기다. 이디야커피는 이 사이에 끼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가 커피 가격이다. 일례로 이디야커피에서 판매 중인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 한잔 가격은 3200원이다. 반면 메가커피는 2000원, 컴포즈커피는 1500원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디야커피는 저가형 커피 브랜드가 아닌 것이다.
시장 내 위치가 애매해졌다는 의견에 대해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해서는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품질 좋은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포즈커피는 매년 신규 매장 수를 크게 늘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소재 컴포즈커피 매장 /이중삼 기자 |
◆ 전국 매장 증감 추이 이디야커피 가장 낮아
성장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신규 매장 개점도 다른 저가형 커피 브랜드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2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국내 주요 저가형 커피 브랜드 5곳(이디야커피·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더벤티·빽다방) 가운데 신규 개점 수가 가장 낮았다. 컴포즈커피(573곳), 메가커피(417곳), 더벤티(269곳), 빽다방(258곳), 이디야커피(218곳) 등이다.
전체 가맹점·직영점 현황을 보면 이디야커피는 지난 2021년 3018곳에서 2022년 3019곳으로 1곳 늘었다. 반면 메가커피는 2021년 1603곳에서 2022년 2173곳으로 570곳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빽다방은 2022년 1231곳으로 256곳 늘었고, 더벤티도 237곳 증가했다. 컴포즈커피는 지난 2022년 1901곳으로 무려 616곳 급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저가형 커피 브랜드 대표주자인 이디야커피가 물러나고,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이 자리를 꿰찼다는 분석이 나온다. 참고로 지난해 10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브랜드는 스타벅스였다. 2위는 메가커피가 차지했다. 투썸플레이스, 컴포즈커피, 이디야, 빽다방, 더벤티 등이 뒤를 이었다.
가맹점주 평균 매출도 동종업계와 비교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점사업자의 평균 매출액'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메가커피 가맹업주 평균 매출은 3억4902만 원으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빽다방(2억9739만 원), 컴포즈커피(2억5325만 원), 더벤티(2억2807만 원), 이디야커피(1억8986만 원) 순이었다.
빽다방 매장 수는 지난 2021년 975곳에서 2022년 1231곳으로 256곳 늘었다. /더팩트 DB |
◆ 브랜드 리브랜딩, 차별화된 커피 경험 제공 등 전략 추진
올해 이디야커피는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특히 브랜드 리브랜딩, 차별화된 커피 경험 제공, 해외진출 본격화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현대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와 메시지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회사는 20년이 넘는 브랜드로 우리나라 커피업계에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히트 메뉴 개발을 통해 가맹점 매출 상승을 견인할 방침"이라며 "특히 베이커리, 디저트 등 푸드류 상품을 강화하고, 업종 간 경계를 뛰어넘는 협업을 통해 참신하고 신선한 모습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괌 2호점을 오픈하고, 이를 발판 삼아 미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로 해외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형 커피 브랜드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디야커피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을 끌어당기는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