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EV로 3000만~4000만 원대 합리적 가격 제시…전기차 대중화 시도
지난해 미국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LA오토쇼'에서 에릭 왓슨 기아 미국 판매법인 판매사업 부사장이 콘셉트카 EV3·EV4를 발표하고 있다. /기아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불편한 충전 인프라와 보조금 축소 등으로 성장이 추줌하는 전기차 시장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캐스퍼 EV, EV3, EV4 등 소형 EV를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차량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대중화를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중소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와 EV4를 출시할 계획이다. EV3는 상반기, EV4는 하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EV3과 EV4는 기아의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은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주간주행등과 더불어 수직형 전조등, '타이거 페이스' 그릴을 형상화한 전면 디자인이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 버전 캐스퍼 EV(가칭)를 준비하고 있다. 캐스퍼 EV는 대용량 배터리를 창착하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캐스퍼보다 차량 전장(길이)이 25㎝ 길어진다. 1회 배터리 충전 시 주행거리가 320㎞ 정도 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내년 중반을 목표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보급형 전기차 모델 '레드우드'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모델2'로 알려진 보급형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완성차 업계가 보급형 전기차 보급에 힘쓰는 것은 성장세가 둔화된 전기차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지난 2021년 117.1%에서 올해 23.9%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1~11월 누적 전기차 판매량이 5만889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기아는 4만6578대로 2.7% 줄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전기차 선택을 망설이는 이유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과 비싼 가격"이라며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면 기존 중·대형 전기차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여지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는 분명하지만,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불편한 충전 인프라를 감당하는 것에는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낀다"면서 "EV9이 비싼 가격을 유지하다 할인 정책이 시작되면서 판매가 늘어난 것을 보면 전기차가 가격을 내리면 수요가 더욱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실제 기아의 레이 EV의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하면 최대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아 2775만~2955만 원의 가격대가 형성된다. 경형 전동화 SUV인 현대차 캐스퍼도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될 것이 유력하다.
기아 EV3와 EV5는 4700만 원, 6700만 원으로 심리적 저항감이 생기는 5000만 원과 7000만 원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조금을 제외한 4000만 원대 전기차는 토레스 EVX, 쉐보레 볼트 EUV, 코나 EV, 니로 EV 등이 있는데, 내년에 EV3와 더불어 캐스퍼 EV 등이 출시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