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업계 재편에 전사적 역량 집중
전문가 "장거리 운항 경험 부족, 잦은 지연·결항 문제 극복 과제"
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여행 수요 회복에 힘입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도 LCC 활약이 주목되는 상황에서 '안전성'은 숙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 제공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현재 어느 경쟁사도 이러한(직접 구매 방식 기단 운용 전략) 장기적 비전을 갖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4일 창립 19주년 행사에서 드러낸 자신감이다. 지난해 제주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여행 수요 증가에 힘입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신뢰와 안전성 확보라는 숙제가 있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 기관 3곳 이상이 예상한 제주항공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조6734억 원, 영업이익 1680억 원이다. 티웨이항공은 매출 1조3199억 원, 영업이익 1539억 원으로 추정했다. 두 업체 모두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된다.
진에어는 지난 17일 매출 1조27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816억 원과 1358억 원으로, 사장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기록했다.
항공 업계에는 LCC의 약진을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늘어난 여행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결과라고 본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개 LCC를 이용한 해외여행객 수는 2419만4339명이다. LCC 국제선 승객 점유율은 35.41%로 사상 최대다.
지난해 좋은 성적표를 받은 LCC들은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항공 업계 지각변동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실제 대형항공사(FSC) 합병에 LCC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인 의사를 드러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24일 '항공산업 재편 대응'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제공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24일 "항공 산업 재편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진에어는 17일 "항공 업계 재편에 적극 대처해 지속 성장 발판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여파로 나오게 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개 유럽 여객 노선을 이관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이후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통합으로 출범할 '공룡 LCC'로 거듭날 전망이다. FSC 합병 이후 LCC 순위가 기존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서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LCC들이 비대해지는 모양새지만 안전성과 신뢰 확보라는 '숙제'가 있다. 유럽 4개 여객 노선에 관심을 보이는 티웨이항공은 최근 기체 결함으로 결항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또한 오는 6월 크로아티아 노선 첫 운항에 나설 예정으로, 장거리 운항 능력에 대한 실전 평가도 앞두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기 A330-300 항속거리는 1만800km 수준으로, 크로아티아까지 운항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항로를 우회하고 있다. 향후 유럽 4개 노선을 확보하면 뒤따라 여러 안전 점검과 투자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높은 여행 수요로 기재 도입과 신기재 비율이 높아진 점 등이 매출에 기여했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안전은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다방면의 투자와 점검이 더욱 필요하다"고 봤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는 당장 장거리를 뛴 경험이 없고, 잦은 지연·결항이 신뢰와 확신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며 "신뢰를 높이기 위해 현재보다 더 많은 안전 점검과 비용 투자가 완벽하게 이뤄져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