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금광2동 비상대책위, 감사원에 국토부·LH 불법행위 감사 청구
성남 금광2동 비상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LH와 국토교통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최지혜 기자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위조'된 주민 동의서를 받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금광2동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감사원에 국토교통부와 LH의 '위조동의서 불법행위 및 불법행위 조장·방조 조사'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강인권 비대위원장은 "사업 공모 당시부터 주민 동의서가 위조된 사실을 LH에 수차례 민원과 공문을 통해 전달했다"며 "그러나 LH와 국토부가 비협조로 불법행위를 은폐·축소하고 덮으려는 의혹이 있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강 비대위원장은 이어 "일부 주민이 과거 다른 사업에 사용된 동의서를 LH에 제출해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는 증언이 나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동의서 위조 당사자의 증언과 함께 LH에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동의서가 제출된 세대도 나왔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LH 측에 동의서 원본 전체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으나, LH 측이 이에 불응하고 있다"며 "수사관은 제출된 일부 동의서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고, 다음 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남 금광2동 비상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LH와 국토교통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최지혜 기자 |
동의율 조작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금광2구역 공공재개발' 지역은 지하철 8호선 단대오거리역 1번 출구 일대 13만3711㎡ 부지다. 이 지역은 지난 2021년 10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에 올랐다. 해당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 마련된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의 하나로, 민간사업 추진이 어려워 노후화된 지역 부지를 공공이 확보하고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후보지 선정 당시 주민들이 직접 동의서를 작성해 국토부에 공모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식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동의도 빠르게 진행됐다. 주민공람공고일인 지난해 7월 이후 3개월 만에 40%를 넘겨 주민들의 사업 의지가 높은 곳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빠르게 확보된 동의율이 조작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주민들은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다. 동의율 조작에 가담한 이들 사이에서 내부고발이 나온 것이다. 공모 신청 당시 사용된 주민의 10%(170여 명)에 해당하는 동의서뿐 아니라 추가 확보된 동의서도 일부 위조됐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경찰은 LH 측에 그간 받았던 주민 동의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약 4개월간 LH의 협조가 늦어지자 주민들이 감사원 청구에 나섰다. LH 관계자는 "동의서 내 개인정보를 모두 공개하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식별 가능한 정보만 가리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며 "경찰이 빨리 제출할 것을 요구한 25명가량의 동의서는 제출했다"고 말했다.
직접 동의서를 위조했다고 밝힌 내부고발자 A씨는 <더팩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일부 주민 동의서를 조작했다"며 "자필 동의서를 몇몇 인원이 작성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주민등록증 사본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주민 동의서를 위조한 경우 사문서위조 행사죄에 해당한다. 위조가 증명돼 무효확인소송 등이 제기되면 정비사업 신청 효력도 무효화 된다"며 "서류를 받은 LH와 국토부에도 책임 소재가 있지만, 위조 동의서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부연했다.
이어 "업자가 워낙 많아 동의서 위조 문제는 비일비재하다. 한번 인허가가 나거나 조합이 설립되면 소급하거나 동의서의 진위를 밝히기 어려워 위조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며 "국민의 재산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wisdo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