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 VIP 구매금액 기준 상향…갤러리아는 유지
'전 점포 역성장' 갤러리아, 올해 실적 개선할까
신세계·현대·롯데백화점이 VIP 인원을 줄이기로 한 가운데 한화갤러리아의 VIP 전략이 올해 어떤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갤러리아 광교점 /더팩트 DB |
[더팩트|우지수 기자] 백화점 업계가 올해 우수 고객(VIP) 기준을 잇달아 높이고 있다. 그런데 한화갤러리아는 백화점 4사(신세계·현대·롯데·한화갤러리아) 중 유일하게 VIP 연간 구매 금액 기준을 상향하지 않았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모든 점포 매출액이 하락해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VIP 신규 유입을 앞으로 더 확대할 모양새다. 한화갤러리아 전략이 올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백화점 VIP 인원이 급증하자 신세계·현대·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VIP 자격 요건 강화에 나섰다. VIP 등급 기준 금액을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까지 올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는 기존 우수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나온 점이 컸다. 라운지, 주차장 이용 등 혜택을 누리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과 비교해 VIP 수가 50% 이상 늘어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VIP 등급 고객이 늘어나면서 라운지, 주차장 등 한정된 공간을 원활하게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겼다"며 "VIP 관리는 백화점 업계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인원수를 줄이는 것은 VIP 등급 희소성을 다시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현대백화점은 최고 등급인 '쟈스민 블랙' 기준 구매 금액을 연 1억2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3000만 원 높였다. 연 8000만 원 이상 구매 고객이 대상인 '쟈스민 블루'는 1억 원 이상으로, '쟈스민' 등급은 5500만 원에서 6500만 원으로 조정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발표한 VIP 등급 정책을 올해부터 적용한다. 최고 등급 기준 1억 원은 유지하고 구매 금액 4000만 원과 6000만 원 이상 고객 등급 '에비뉴엘 퍼플' 기준을 각각 1000만 원씩 올렸다. 신세계백화점 경우 등급별 기준 금액을 1000만 원씩 각각 인상하고 연 1억2000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을 위한 등급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반면,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VIP 등급 전략을 손보지 않았다. 한화갤러리아는 연 구매 금액 상위 0.1% 고객을 선정해 'PSR블랙' 등급을, 1억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PSR화이트'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VIP 인원을 줄여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경쟁사 행보와는 반대로 한화갤러리아는 유입을 늘리는 전략을 펼친다. 올해 VIP 고객을 대상으로 기프트카드, 웰컴 패키지 등 혜택도 재단장할 예정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이같은 움직임에 명품 매출 의존도가 경쟁사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VIP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고객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매출액 중 명품 비중은 40% 이상으로 30% 안팎인 경쟁 3사보다 크다.
그러나 최근 백화점 업계에서 명품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한화갤러리아 입장에서 곤란한 일이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 업체 매출 분석을 살펴보면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개월 연속(8~11월) 하락했다.
이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가 명품을 많이 구매하는 고객은 연간 구매 금액이 큰 상위 VIP들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광교점에서 11월 관련 혜택을 축소해 기존 VIP 반발을 샀다"며 "여기에 더해 업계 전반적으로 명품 판매가 줄고 있어 상대적으로 명품 구매 고객이 중요한 한화갤러리아 입장에서는 올해 VIP 기준 금액까지 높이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모든 점포 매출액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 외관 /한화갤러리아 |
◆ 한화갤러리아 명품 강화 전략, 실적 개선 이룰까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전체 점포 매출액이 전년(2022년) 대비 하락하면서 실적 리스크가 커졌다. 갤러리아 백화점 대표 매장인 압구정 명품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타 백화점은 대형 매장 위주로 매출 성장 사례가 나왔지만, 한화갤러리아는 비교적 약세를 보였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실적에서 여전히 중요한 VIP 신규 유입에 집중할 것이다. 이를 위한 명품 라인업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라며 "새로운 브랜드 매장을 국내 단독 공개하는 등 국내 '명품 1호점' 위상을 지키고 파이브가이즈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명품관, 수원 광교, 대전 타임월드 등 점포를 주축으로 명품과 VIP 콘텐츠를 강화해 프리미엄 백화점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에 대해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한화갤러리아 VIP 중심 정책 강화는 뚝심 있는 행보라고 볼 수 있지만, 업계 명품 매출이 줄고 있어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라며 "지난해 점포 실적 공개 이후 위기감을 느끼고 백화점 본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초기 갤러리아 백화점은 압구정 명품관을 필두로 경쟁사에 없는 명품 브랜드를 판매해 경쟁력이 컸다. 그런데 신세계·현대·롯데백화점이 규모를 본격 확대하자 한화갤러리아가 비교적 뒤처지게 됐다"며 "과거 영화를 찾기 위해 명품 전략을 확대해도 대표 압구정점의 교통 접근성, 절대적 공간 부족 등 제한 사항이 많다. 기존과 다른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