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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KT '경영 공백 사태' 재현?
입력: 2024.01.19 00:00 / 수정: 2024.01.19 00:00

반복되는 소유분산기업 경영진 잔혹사
KT 사태와 동일한 패턴 글로벌 기업 흔들기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회장 선출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KT 사태와 유사한 일이 포스코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더팩트 DB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회장 선출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KT 사태와 유사한 일이 포스코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진행 중인 포스코그룹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최정우 현 회장이 연임을 포기했는데도 경영진과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를 향한 외압이 전방위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후추위원들이 호화·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으로 고발된 것을 빌미로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포스코와 같은 민영화 된 소유분산기업인 KT가 지난해 겪었던 '수장 공백' 사태가 또다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추위 구성 및 활동은 시작부터 KT 사태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포스코의 최대주주이자, 사실상 정권의 입장이라 볼 수 있는 국민연금이 최정우 회장의 3연임에 제동을 걸고, 현재의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문제 삼았다. 이에 후추위는 계속 절차를 진행한다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자 경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달 8일 임종백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최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8월 5박 7일 일정으로 캐나다로 해외출장을 간 것을 두고 "호화·외유성 출장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초 서울 수서경찰서로 배정된 이 고발건은 국민연금과 후추위가 갈등을 빚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그런데도 후추위가 입장을 바꾸지 않자, 최근에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첩돼 수사의 판이 더 커졌다.

또한 17일에는 범대위가 중국 출장에 대해서도 최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시민단체의 검·경 고발에 이은 사법 당국의 선택적 수사 착수는 그간 정권이 정적이나, 기관장을 교체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 패턴이다.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와 KT 수장 교체 때도 다르지 않았다.

정권이 바뀐 후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포스코와 KT의 수장을 전방위로 압박해 경영 성과와 무관하게 연임을 막고, 국민연금 등을 동원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새 수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이들 기업이 민영화된 이후 지속적으로 반복된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재계 순위 5위 그룹사의 수장임에도 윤 대통령 주최 행사에 단 차례도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이 네옴 전시관에서 전시물을 관람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재계 순위 5위 그룹사의 수장임에도 윤 대통령 주최 행사에 단 차례도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이 네옴 전시관에서 전시물을 관람하는 모습. /뉴시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한다고 밝힌 윤석열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3월 KT 이사회가 당시 구현모 KT 대표를 차기 대표 최종 후보자로 선정하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KT 이사회는 연임 결정을 보류하고 다시 공모 절차를 밟았다. 그렇게 내정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 사장도 자신과 구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는 등 정부와 여당의 전방위 압력에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

결국 KT의 새로운 수장은 6개월이나 지나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당시는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인 김영섭 전 LG CNS 대표가 새 대표로 결정됐다.

수장 교체기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KT와 포스코는 분명 다른 기업이다. 특히 규제 산업인 내수 위주 통신그룹(KT)과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 포스코그룹의 수장 공백은 그 여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 지배구조를 가진 포스코의 이사들이 국내외 사업 현장을 시찰하는 것은 당연한 경영활동"이라며 "출장 경비가 과도하고, 현지 법인이 나눠서 낸 게 문제라는 의혹은 지금 경찰 수사 단계에서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다. 상법에도 사외이사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직된다고 되어 있는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수사와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책임을 따지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KT 사태처럼 이사회를 파행시켜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고발이 있었고, 수사가 시작되면 포스코홀딩스는 성실히 수사를 받겠다고 한 만큼 비판은 사법적 결말이 나온 이후에 하면 된다. 지금은 후추위가 공표한 대로 새 회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는 게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경영 공백을 막고, 정상적인 리더십 교체를 이루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전방위 압박에도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수장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서 열린 제44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연례회의 개회사를 하는 모습. /포스코그룹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전방위 압박에도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수장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서 열린 '제44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연례회의' 개회사를 하는 모습. /포스코그룹

한편 후추위는 전방위 압박에도 일단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17일 6차 회의를 열고 내·외부 롱리스트 18명을 확정했고, 외부인사 5인으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자문단(이하 자문단)에 리스트에 오른 후보군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다.

후추위는 산업계, 법조계, 학계 등 분야별 전문인사로 구성된 자문단 평가 결과를 반영해 오는 24일 숏리스트를 결정하고, 이달 말까지 심층면접대상자인 파이널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다.

후추위는 출장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선 "위원 모두가 엄중한 상황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고,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겸허한 자세로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의 차기 회장 선출 절차는 공정하게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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