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경영권 매각 민영화 국민검증 토론회
노조·학계·시민단체 등 하림 투명성 문제 지적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HMM 육상·해상 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HMM 경영권 매각 민영화 국민 검증 국회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이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관련한 세부 계획을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조4000억 원에 이르는 인수 자금을 대부분 자기자본이 아닌 외부 자금을 끌어야 하는데 자본조달과 상환 계획이 불투명한 데다, 이자 부담과 주주가치 하락 등으로 피해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하림이 제대로 된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유찰시킨 뒤 인수사를 다시 찾아야 하며,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지분을 나눠 가지며 '국민기업'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HMM 육상·해상 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의원은 1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HMM 경영권 매각 민영화 국민 검증 토론회'를 갖고 HMM 매각과 관련한 우려와 하림그룹의 인수 자금 조달 계획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
토론회는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을 좌장으로 전정근 HMM 해원연합노동조합 위원장, 이용백 전 HMM 대외협릭실장,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정일환 영원NCS 무역물류컨설팅 대표, 이기호 HMM 육상노동조합 지부장이 참석했다.
전정근 HMM해원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하림의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정근 위원장은 "하림그룹은 팬오션의 현금성 자산 4600억 원, 한진칼 지분 처분 금액 1628억 원을 조달할 수 있고, 그 외 5조8000억 원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HMM과 팬오션의 합병을 통한 HMM유보금으로 상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후 팬오션의 부채를 떠안고 SPC-HMM 합병을 통해 상환하는 방법, HMM을 통해 팬오션 선박을 매입한 뒤 선박유동화를 통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등의 편법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무리한 인수 금융으로 재정이 악화될 HMM과 관련된 투자는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림은 자금 조달과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은 "사실상 하림은 무자본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약 6조4000억 원에 이르는 외부차입에 대한 이자만 10%로 산정해도 대부분 HMM의 자본으로 그 돈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결국 HMM의 부실화로 이어지기에 매각과 관련된 책임자들이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기호 HMM육상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HMM 영구채는 산업은행이 29.2%, 해진공이 28.7%로 57.9% 수준인데, 내년 4월까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인수기업인 하림은 지분이 38.9%로 낮아지고 산은과 해진공은 각 16.4%씩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데, 지분율과 주식의 가치가 함께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하림은 매각이 진행된 다음 이렇게 불안해지는 지배구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의 문제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 위원장은 "팬오션을 통해 3조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하고 대주단이 2조 원을 감당하는 구조인데, 팬오션이 과연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도 문제"라며 "하림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데, 하림지주의 장부 가격이 2조3000억 원, 제일 큰 자회사인 팬오션이 7500억 원 수준인데, 제대로 유상증자를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김홍국 하림 회장은 아직 정확하게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알권리 차원에서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총 6조4000억 원의 비용 중 팬오션의 현금성 자산은 4600억 원뿐이며, 하림지주의 경우 3조 원이 추가로 필요할 텐데, 조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HMM 육상·해상 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HMM 경영권 매각 민영화 국민 검증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김태환 기자 |
자기자본 조달 능력이 없는 기업에 무리하게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일환 영원NCS 무역물류컨설팅 대표는 "최근 국제 정세 불안으로 다시 해상운임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며, 이런 상황이 올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흑자 달성을 통해 HMM의 유보금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시기에 굳이 매각을 할 필요가 없으며, 하림그룹이 지금처럼 계속 불투명한 자금 조달 계획과 운영방침을 내세운다면 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HMM 매각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MM의 합리적인 민영화를 위해서는 자기자본 조달 능력이 확실한 기업이 인수하거나, 정부와 민간기업 등이 지분을 평등하게 나눠서 갖고 '국민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이 고려된다.
이기호 위원장은 "언론에서는 포스코, 현대자동차그룹 등 다양한 인수 후보를 거론하지만, 특정 기업을 지칭하지 않고 자기자본 조달을 확실하게 해줄 수 있는 회사라면 어디든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훈 회장은 "독일 최대 컨테이너 정기선 회사인 하파그로이드는 함부르크시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두 개의 회사와 다양한 펀드들이 골고루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서 "민간과 공공이 균형 있는 지분으로 서로 견제를 하고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형태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