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유일 0%대 연체율…올해도 건전성 유지에 초점
개인신용판매액 두 달 연속 2위…삼성카드 제쳐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건전성'과 '신용판매'라는 성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카드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고금리 장기화와 연체율 상승 등으로 카드업계가 힘겨운 시기를 보낸 가운데 유일한 '연체율 0%대'를 기록한 현대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건전성'과 '신용판매'라는 성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부회장이 올해 카드업계 위기 속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 중 가장 낮은 연체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카드 연체율은 0.99%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4% 낮아졌다. 이는 카드사 중 유일한 0%대 연체율이자 유일한 개선세다. 지난해 3분기 카드업계 평균 연체율은 1.79%로 직전 분기 대비 0.74%포인트 급증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연체율 0%대'를 기록한 최근 성과에 대해 "2022년 하반기부터 대외 환경 악화를 우려해 보수적인 경영 기조로 자산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최근 개인 신용판매 실적에서 두 달 연속 삼성카드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선 2위권 순위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10조9901억 원으로 신한카드(12조466억 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10조5043억 원으로 3위에 머물렀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10월에도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 11조9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카드(10조8806억 원)를 제쳤다.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고객이 신용카드로 국내외에서 이용한 일시불, 할부, 현금서비스 등 이용한 금액을 합산한 액수를 뜻한다. 본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신용판매 점유율은 시장 우위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순이익에서도 현대카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 성장한 2257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8개 카드사들은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8% 하락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카드의 '나홀로' 상승세 비결로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과 리스크 관리를 꼽는다. /현대카드 |
금융권에서는 현대카드의 '나홀로' 상승세 비결로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과 리스크 관리를 꼽는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 부문을 주 수익모델로 삼으면서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으나 현대카드는 홀로 건전성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취급액은 각각 5조1277억 원, 6조32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16.2%씩 감소했다. 특히 고위험 자산으로 평가받는 결제성리볼빙 이월잔액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6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3% 줄어드는 등 보수적인 리스크관리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대카드의 데이터 사이언스가 반영된 대표적인 분야는 '개인화 마케팅'이다. 현대카드는 AI와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1100만 고객의 선호도를 측정하고 고객 맞춤형 혜택과 콘텐츠를 추천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마케팅은 기존 마케터가 추천할 때보다 6배 높은 효율을 기록하며 이는 고객 충성도 증대로 이어졌다"며 "실제로 현대카드 고객들은 지난해 11월 기준 월평균 119만 원을 사용,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이용액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또한 신용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카드는 매년 PLCC 비중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 코스트코, 이마트,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대한항공 등 제휴처를 확대함으로써 브랜드 충성 고객들을 카드사 고객으로 대거 유입시켰다.
애플페이 역시 신규 회원 유입에 영향을 끼쳤다. 현대카드의 신규고객 수는 애플페이를 도입한 지난해 3월 20만3000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정 부회장이 지난해 '건전성'과 '신용판매'라는 두 마리 성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그가 올해 카드업계 위기 속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올해도 카드사들의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대카드 역시 건전성 관리 중심의 경영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현대카드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건전성 유지에 초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 부회장은 "금융업계 전면으로 신용 위기가 오고 있다. 연체율 또한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에는 우리가 잘 헤쳐 나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고 업황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현대카드 앞에는 회사가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골든 윈도'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기에 맞서 침착하고 정밀하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