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소매가 지난해 대비 29%↑, 10개 4300원
설날까지 가격 상승 전망…정부, 과일값 잡기 위해 안간힘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할인마트 과일 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우지수 기자 |
[더팩트|우지수 기자] "과일 사러 왔는데, 가격이 비싸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할인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새해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감귤, 사과, 배 등 소매가가 지난해 1월 초와 비교해 크게는 30% 가까이 오르며 소비자 지갑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명절 등을 앞두고 수요는 높아지는데 지난해 폭염과 긴 장마로 작황이 나빠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최근 눈에 띄게 비싸진 과일은 소비자 사이에서 '금 귤'로 불리는 감귤이다. 지난 8일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가 공개한 과일 품목별 소매가격을 살펴보면 감귤 10개 평균 가격은 4308원이다. 한 달 전 가격과 비교하면 21% 비싸고 1년 전 3323원보다는 29.4% 뛰었다. 제주도 감귤 도매가 경우 노지 품종 5kg이 1년 새 50%가량 가격이 올라 27년 만에 최고가인 1만49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오르면서 비교적 가격이 싼 감귤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사과 54.4%, 배 33.2%, 딸기 23.2% 등 과일이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가 10% 상승하면 같은 소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 수량이 10% 감소한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한 청과점 매대에 과일이 진열돼 있다. /우지수 기자 |
대형마트 업계는 과일값 폭등에 사전 물량 확보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쓱데이', '30주년 창립기념행사', 'DAY1' 등 대규모 할인 행사를 잇따라 운영했다. 이 기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과일을 대량으로 사들여 최대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매년 이맘때면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늘기 때문에 마트 업계가 물량 확보에 집중한다. 지난해는 작황이 특히 나빴기 때문에 특히 힘을 더 쏟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과일 가격 잡기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설 성수품 수급안정대책 마련 실무협의회'에서 설 전까지 농가와 계약해 둔 물량을 최대한 풀겠다고 밝혔다. 가격이 많이 오른 과일은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 품목으로 포함해 최대 30% 할인해 판매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기존 주스 등 가공용으로만 활용했던 못난이 과일(비정형과)도 출하해 물량 확보에 힘써 달라는 주문도 내놨다.
새해 오른 과일값은 설 명절까지 쉽게 내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과일 출하량이 특히 적었는데, 명절을 앞두고 과일 수요는 꾸준히 늘기 때문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기후변화, 자연재해로 지난해 과일 수확이 크게 줄었다. 농가, 소매점에서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구정을 앞두고 수요는 계속 늘고, 공급은 여전히 적을 테니 가격이 금방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