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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키워드로 '해외사업' 강조한 라면 업계 CEO, 왜? [TF초점]
입력: 2024.01.04 00:00 / 수정: 2024.01.04 00:00

국내 라면시장 포화
K푸드, 세계적 관심 높아진 영향


국내 주요 라면 업계 CEO들이 2024년 갑진년 핵심 경영 키워드로 글로벌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각 사
국내 주요 라면 업계 CEO들이 2024년 갑진년 핵심 경영 키워드로 '글로벌'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각 사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라면 업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대표이사들이 2024년 갑진년(甲辰年) 핵심 경영 키워드로 해외사업 강화를 꼽았다. 이들은 신년사를 통해 해외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정했다. 라면 업계 수장들이 너도나도 글로벌을 강조한 이유는 국내 라면시장 포화, 전 세계 K푸드 인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해외시장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농심은 올해 경영지침을 '전심전력'(온 마음과 온 힘을 다 기울이다)으로 잡았다. 특히 해외시장 지배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핵심 과제를 선정했다.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는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국내외 시장 지배력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해외에 똑같이 적용하려 해선 안 된다. 새로운 시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장에서 중장기 전략을 실행하며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유독 미국 시장을 강조한 이유는 지난해 중순 신동원 농심 회장이 천명한 경영 목표와 관련이 깊다. 신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2025년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고,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국법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2% 늘어난 3162억 원, 영업이익은 536% 증가한 337억 원을 기록했다. 참고로 농심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등 꾸준히 해외에서 수익성을 늘려나가고 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일 "새해에는 어떠한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격차 역량 강화를 통해 단순한 외연 성장이 아닌,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불닭볶음면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내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미래를 내다볼 때 절대 과거에만 근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3년은 우리의 코어인 식품 기반 아래 식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저변 확대를 목표로 모든 역량을 쏟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세계 시장에서 대히트를 치며 명실공히 식품수출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해외 매출(5876억 원) 비중은 전체(8661억 원)의 68%에 이른다. 삼양식품은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2년 5월 밀양나노융합국가산단에 약 2400억 원을 투자해 신공장을 설립했다. 오는 2025년까지 1643억 원을 투입해 밀양 제2공장을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국내 라면 업계가 해외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소재 이마트 내 라면 코너 /이중삼 기자
국내 라면 업계가 해외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소재 이마트 내 라면 코너 /이중삼 기자

◆ 국내 라면시장 10년 가까이 2조 원 횡보

오뚜기는 따로 신년사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4일 <더팩트> 취재 결과 함영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다 앞선 식품으로 보다 앞선 기업이 되는 글로벌 오뚜기가 되도록 전진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함 회장 역시 글로벌을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다.

오뚜기는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보다 해외사업 성과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오뚜기 해외매출은 전체 매출에 9.6%에 그친다. 오뚜기는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11월 28일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신규 영입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비즈니스 역량을 보유한 김 부사장을 영입해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고,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권성균 팔도 대표이사 부사장도 신년사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팔도에 따르면 2024년에는 핵심 제품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신제품 출시와 소비자 지향형 제품을 선보이며 관련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팔도 관계자는 "지난해 핵심 제품과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했다"며 "특히 라면의 경우, 팔도비빔면 활성화를 비롯한 비빔면 시장 자체의 확장을 위해 '비빔쫄면', '팔도비빔면 가을에디션' 등 한정판 제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왕뚜껑과 틈새라면 등 제품들도 다양한 업종과 협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역시 이런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라면 업계가 해외로 뻗어나가는 이유에 대해 △수익성 △K푸드 열풍 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제품들이 해외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보다는 해외가 수익성이 더 좋다"며 "영화 기생충 등 K콘텐츠의 여파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 틀에서는 국내 인구감소로 인한 시장 자체가 정체돼 있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도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10년 가까이 2조 원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인구감소 여파로 내수 시장이 정체를 겪자 라면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역 먹자골목거리. /배정한 기자
인구감소 여파로 내수 시장이 정체를 겪자 라면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역 먹자골목거리. /배정한 기자

◆ "라면 업계 해외사업 확대는 필연적"

전문가들은 △시장 다각화 △글로벌 수요 증가 △브랜드 가치 향상 △생산·유통 네트워크 향상 등 요인이 라면 업계가 해외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김종갑 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농심·삼양식품 등 국내 주요 라면업계가 현지화 전략, 글로벌 마케팅, 수출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한류 확산으로 K푸드, 특히 라면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내수 시장의 포화나 경쟁 심화로 인해 해외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수익원을 다양화할 수 있고,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일각의 전문가들은 대표이사들의 해외사업 확대 강조를 시기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빠르게 준비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기적절했다고 본다. 내수 시장은 포화된 지 오래인 상태에서 현재 K푸드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K푸드의 유행이 이런 메시지를 내놓게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오히려 좀 더 일찍 준비했었다면 지금보다는 좋은 상황이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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