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경쟁 불가피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엄청난 기회 맞아"
지난 19일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는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플랫폼인 '파페치'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에 엄청난 기회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 |
[더팩트|이중삼 기자]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가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럭셔리 기업 '파페치(Farfetch)'를 품었다. 파페치는 샤넬·에르메스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미국 등 190개국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세계 최대 규모 명품 유통 기업이다. 명품 시장까지 손을 뻗은 쿠팡Inc를 두고 경쟁이 불가피해진 백화점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명품은 단순 판매가 중요한 게 아닌,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품 인증, A/S 문제 등에 철저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쿠팡Inc는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쿠팡Inc가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다. 쿠팡Inc는 파페치에 6500억 원(5억 달러)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이번 인수로 521조2000억 원(4000억 달러) 규모 개인 명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게 됐다. 쿠팡Inc는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방대한 명품 시장에 파페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모건스탠리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지난해에만 약 20조9000억 원(168억 달러)에 이르는 명품을 구입하면서 1인당 명품 소비 1위 국가에 올랐다. 21일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통화에서 "한국에서 명품 인기가 높은 만큼, 파페치의 방대한 명품 라인업이 한국에서 소비자 저변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페치는 샤넬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명품 플랫폼이다. /파페치 홈페이지 캡처 |
◆ 경쟁자 늘었지만, 국내에서는 큰 영향 없을 것
백화점 업계에서는 쿠팡Inc와의 명품 경쟁은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파급력에 대해서는 '예의주시 단계'라는 입장을 전했다.
복수의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단순 판매 개념이 아니다.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정품 인증, A/S 처리 등 일에 대해서는 틈새가 있으면 안 된다"며 "경쟁자로서 주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국내에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을 본다. 국내 명품 플랫폼 사례를 보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쿠팡이 어떤 전략을 들고 올지 주목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약점으로 지목됐던 패션 분야가 이번 파페치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보완하게 된 것 같다"며 "추후 'K패션'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확대에 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명품은 백화점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는 고물가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명품 소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백화점 내 명품 매출 비중은 40%에 이른다.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3개월 연속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의 해외유명브랜드(명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 6월(0.9%)과 7월(3.7%)까지는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지난 8월~10월 3개월 간 매출은 각각 -7.6%, -3.5%, -3.1%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여전히 백화점 명품 매출 비중이 약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명품 시장에 등장한 쿠팡Inc가 반가울 리 없다. 특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아우르고 있는 파페치를 인수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김상철 유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 시장과 명품 시장은 차이가 있다"며 쿠팡Inc가 인수한 파페치 국내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사진은 쿠팡 직원이 택배 차량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
일부 전문가도 쿠팡Inc의 명품 시장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표적시장(기업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시장)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김상철 유한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페치를 인수한 것은 쿠팡이 명품 카테고리를 취급하겠다는 소리다. 한마디로 '상향 확장'(기존 제품보다 품질이나 가격이 높은 제품 계열을 추가하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며 "쿠팡은 일반 대중들을 타깃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명품 시장 다르다. 고객 개개인별로 가야 하는 것이 명품이다. 쿠팡이 이런 운영을 해나갈 수 있을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는 붙는다"고 말했다.
앞서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파페치 인수에 대해 "파페치는 명품 분야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였다"며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에 엄청난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