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올해 연말 이웃사랑 성금 총 1090억 원을 기부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가 연말을 맞아 나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예년과 마찬가지로 수백 원의 이웃사랑 성금을 기부하고, 계열사별 다양한 방식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이 지속 강조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적극 실천하려는 모습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도 연말 이웃사랑 성금을 차례로 전달하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성금 기부 절차를 마친 상태로, 규모는 삼성 500억 원, SK 120억 원, 현대차 350억 원, LG 120억 원 등이다. 4대 그룹의 연말 성금이 1000억 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GS(40억 원), CJ(20억 원), 두산(20억 원), 한진(20억 원), 효성(10억 원) 등이 연말 이웃사랑 성금을 기탁했다. 성금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특히 기업들은 올해 경기 부진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말 성금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삼성과 SK만 놓고 보더라도 올해 극심한 '반도체 한파'를 겪었고, 주력 사업부가 '눈덩이 적자'를 내는 등 최대 위기를 맞았음에도 성금 규모를 유지했다. 삼성, SK 관계자는 "지난 1999년 이후 매년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며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더라도 연말 성금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50억 원보다 기부액을 100억 원 늘렸다. 올해까지 누적 성금은 총 3940억 원에 달한다. 삼성과 SK, LG의 연말 누적 기부액은 각각 8200억 원, 2345억 원, 2300억 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과 성금 전달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또한, 기업들은 성금 기탁 외 연말 맞이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임직원 참여 봉사활동, 취약계층 물품 지원, 기부 캠페인 등 방식은 다양하다.

SK그룹은 최근 사회적 기업 3개사가 만든 김장 2만5000포기를 구매했고, 이를 전국 600개 사회복지기관과 취약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다. SK그룹은 1996년부터 임직원이 김장을 직접 담가 취약계층에 전달해 왔다. 2015년부터는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김치를 구매해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김치를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인지도 제고·매출 향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국내산 재료 사용과 지역 주민 고용 등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고려한 결정이다.

LG그룹은 연말을 맞아 사업장 주변 이웃을 대상으로 김장, 연탄,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계열사 LG유플러스의 경우 협력사와 함께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식료품 등을 담은 '사랑의 꾸러미'를 제작해 전달했다. LG전자 임직원들은 버려진 천을 이용해 직접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만들어 전국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선물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기부하면 회사에서도 동일한 금액을 지원해 총 1000명의 보육원 아동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캠페인을 열었다.

롯데는 소외계층 아동 가정에 난방비를 지원하는 '마음 온도 37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효성은 최근 장애인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열리는 '푸르메 작은 음악회'를 지원했고, 나눔봉사단을 통해 연말까지 봉사활동에 나선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마음 온도 37도'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롯데그룹

기업들이 성금 기탁뿐만 아니라 연말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을 주는 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보편화되면서 선심을 뛰어넘은 '책임' 형태의 나눔 활동이 요구되고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과 관련한 부분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 등이 '훌륭한 기업',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재계 총수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재계 맏형'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대의 복잡다기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주도적인 움직임을 지속 강조해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동행 철학'을 근간으로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청소년의 건강을 보호하고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올해 이웃사랑 성금 전달식에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이동, 안전, 친환경·미래 세대 등 3대 중점 지원 영역을 정해 체계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의 아픔을 공감한다"며 "희망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