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오른쪽) 상무가 6일 임원 인사를 통해 전무로 승진했다.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신유열 전무는 미래성장실장을 맡아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 /롯데그룹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기업의 연말 인사가 마무리 단계다. 올해 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전진 배치한 것으로, 이는 오너 일가 자제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대표적으로 37세에 전무로 승진한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와 32세로 에코프로파트너스의 상무가 된 이연수 이사 등이 있다. 이들은 30대 젊은 나이에 '별'을 달며 일찌감치 경영 수업에 돌입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날 38개 계열사에 대한 2024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은 '롯데가 3세'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상무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며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신유열 상무는 지난해부터 신동빈 회장의 국내외 출장 때마다 동행하고, 주요 계열사 현장 방문을 늘려나가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특히 신유열 전무는 지주사에 신설된 '미래성장실'을 이끌게 됐다. 지주사 차원에서 여러 사업에 두루 관여하는 동시에 그룹의 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 발굴, 신사업 확대 등의 중책을 수행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하며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 경영에도 직접 참여한다. 신유열 전무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측이다.

이처럼 젊은 오너가 자제가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는 사례는 올해 기업 인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에코프로도 지난 1일 임원 인사를 통해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장녀 이연수 이사의 상무 승진 소식을 알렸다. 이연수 신임 상무가 소속된 에코프로파트너스는 국내 벤처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 2020년 설립된 벤처 창업 투자 회사다. 환경, 에너지, 기타 소재산업 내 유망 벤처 기업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회사에서 이연수 상무는 투자 심사역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채 전 회장의 장남 역시 지난해 상무로 승진해 회사 내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1989년생인 이승환 상무는 3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지주사 에코프로에서 회사의 신사업 발굴, 경영 전략 등을 담당하는 미래전략본부를 이끌고 있다. 다만 아직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승환 상무의 에코프로 지분율은 0.14% 수준이다. 이동채 전 회장과 이연수 상무는 각각 18.84%, 0.11%를 보유하고 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사진)의 장녀 이연수 이사가 최근 상무로 승진했다. /더팩트 DB

재계는 이승환, 이연수 상무의 그룹 내 존재감이 지속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채 전 회장이 회사 미공개 정보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오너 부재'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동채 전 회장의 법정 구속은 그동안 강력한 오너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에코프로 입장에서 사업 추진력을 잃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코오롱그룹에서도 임원 인사를 거쳐 39세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이 지주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코오롱가 4세'이자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신임 부회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다시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이규호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가치 제고와 사업 혁신을 이끌게 된다"고 설명했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승진하며 역할이 커진 또 다른 오너가 자제로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론칭을 주도한 인물이다. 회사 내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미래 먹거리인 로봇 사업도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앞선 세대에서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 전까지 오너가 자제들이 중책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나이를 따지지 않고 차세대 리더를 발탁하는 기업 인사 기조와 맞물려 오너가 자제들도 일찌감치 임원에 오르며 주로 신사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두산그룹에서는 1994년생 오너가 5세가 회사로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상수 씨가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 수석으로 입사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는데, 두산가 장손인 만큼 장기적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박상수 수석은 신사업 발굴을 포함해 그룹 미래와 관련한 업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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