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11월 할인행사 매출 '쑥'…저렴한 제품 인기
"내년에도 불황 전망, 꾸준한 할인으로 고객 모아야"
지난달 19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쓱데이 할인행사 마지막 날을 맞아 고객들이 각종 할인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우지수 기자] 경기 부진에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연말을 겨냥한 유통업계 대규모 할인행사가 예년 행사보다 높은 판매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상품 구성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는 지난달부터 다양한 온·오프라인 할인행사를 선보였다. 11~12월은 중국 광군제와 미국 추수감사절 등 기념일과 크리스마스·새해 선물 수요가 몰리는 전통적인 '소비 대목'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예년보다 성장한 연말 행사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하반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경제 3고(高) 현상을 뚫고 소비자 구매가 늘었다. 온오프라인에 마련된 '가성비' 좋은 제품들에 고객 지갑이 열었다.
일례로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19일 '쓱데이' 행사를 마쳤다. 일주일간 매출액 1조7000억 원을 달성하면서 지난 2021년 행사보다 22% 증가했다. 지난해 쓱데이는 이태원 참사 여파로 취소됐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외식 메뉴에도 관심을 보였다. 스타벅스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대표 음료 '카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를 1500원 할인해 3000원에 팔았다. 행사 기간 아메리카노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매장도 나왔다. 판매량은 행사 이전 주와 비교해 85%만큼 늘었다.
이 기간 신세계푸드 노브랜드버거는 단품 가격 2900원짜리인 '짜장버거'를 6일간 5만 개 팔아치워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난 1일 노브랜드버거를 찾은 소비자 A 씨는 "2900원이면 편의점 햄버거보다 싼데, 부담 없이 한 끼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저렴한 제품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12일 열흘간 할인행사 동안 오프라인 채널 식자재 매출이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의 돼지고기류 매출이 300% 이상 늘었고 롯데슈퍼는 '반값 먹거리 행사' 제품과 포인트를 10배 적립해주는 상품 매출이 700% 이상 늘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올해 처음으로 통합 할인행사를 개최했고, 지난해 행사와 비교해 23.8% 성장한 매출액을 기록했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로켓직구 광군제 세일' 행사를 열었다. 평소 소비자가 관심 가졌던 중국의 값싼 생활가전, 화장품과 패션 제품이 소비자 인기를 끌었다. 자세한 판매 규모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지난달 매출액은 지난해 11월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쿠팡 할인행사 판매량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기업들의 쇼핑 이벤트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가 연말 할인행사 흥행으로 미소를 지었지만, 길어질 불황을 대비하기 위한 후속 전략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뉴시스 |
◆ 할인행사 효과, 4Q 불확실 속 유통업계 '희망' 될까
이번 할인 행사는 부진을 겪는 유통업계에 한숨 돌릴 쉼터가 됐다. 경기 불황에도 소비자 구매를 이끌었단 점에서 시장 회복 전망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위해선 행사 이후에도 소비자를 꾸준히 챙겨야 한단 전문가 견해가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월 발표한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유통업계 경기 전망은 어둡다. RBSI는 기업의 체감 경기 수치로 100 미만일 경우 '다음 분기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4분기 유통업계 RBSI는 업태별로 67에서 86 수준을 나타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할인행사 흥행을 저렴한 가격대 상품이 견인한 만큼, 판매액에 비해 기업 이익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할인율이 높은 상품이 많이 팔리면 실질적으로 기업이 가져가는 수익은 적다"며 "불경기로 인한 일시적인 소비 증가로 보는 업계 시선도 많다. 소비자 구매가 언제든 늘 수 있단 기대가 생기긴 했지만, 마냥 기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에도 할인행사를 많이 기획했다. 업계에선 앞으로 행사와 수익성을 함께 챙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연말 행사 기간 늘어난 소비를 내년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 대목이 끝나도 시장이 활기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둔화로 당분간 할인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 것"이라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할인 상품을 꾸준히 내면서 고객 소비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만 경기가 살아났을 때 자연스러운 시장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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