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 121.2%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에서 취합한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1.2%로 지난해(118.9%)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연일 상생 금융을 강조하고 있어 보험사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급증한 보험사 당기순이익도 보험료 인상 명분을 희석하는 요인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에서 취합한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1.2%로 지난해(118.9%)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즉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100만 원의 보험료를 받아 보험금으로 121만 원을 내줬다는 의미다. 실손보험은 2019년 2조5000억 원, 2020년 2조5000억 원, 2021년 2조8000억 원, 2022년 1조5000억 원 등 꾸준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출시된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지난해 131.4%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156.6%로 25.2%포인트 뛰었다. 2021년 출시된 4세대 손해율 역시 지난해 89.5%에서 올해 115.9%로 26.4%포인트 올랐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함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사는 적자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실손보험료를 꾸준히 인상해 왔다. 실손보혐료는 2017년 20.9% 오른 후 2018년을 제외하고 2019년, 2020년 각각 6~7% 상승했다. 2021년에는 10~12%, 지난해에는 14.2% 각각 뛰었다.
보험사가 실손보험료 인상을 두고 저울질하는 가운데 인상폭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손해율 악화에 따라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손보험은 국내 인구의 77.6%(약 4000만명)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만큼 보험료 인상이 더욱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오는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보험사 최고경영자(CEO)가 간담회를 갖고 상생 금융 방안을 논의하기로 돼 있어 보험료 인상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 이후 은행 등 주요 금융 업권별 CEO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 대한 상생 금융도 강조한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도 상생 금융과 관련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울러 보험사들이 실적 개선을 이뤘다는 점도 보험료 인상 명분을 낮춘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보험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1조422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2% 뛰었다. 생보사는 이 기간 4조3993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49.4% 늘었고, 손보사는 7조232억 원으로 45.8% 증가했다. 이 같은 규모는 같은 기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이 거둔 당기순이익(12조1159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호실적을 거둔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에 나설 경우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 소비자의 비판이 이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일부 보험사가 상생금융 상품을 내놓은 상황에서 실손 보험료를 인상하는 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손해율 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1세대 보험료는 일부 인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1세대 손해율은 작년 124.9%에서 올해 121.5%로, 2세대는 작년 111.5%에서 올해 110.7%로 안정화하는 추세다. 대법원 판결 이후 백내장 과잉 수술 관련 심사기준이 강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서 삼성화재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1세대 실손보험의 지급보험금 추세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대비 인하 요인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개선은 올해부터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되면서 생긴 반사이익이 작용했다"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연말에 1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보험료 정상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