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회장단에 퇴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4명의 부회장이 물러나고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로 올라서는 등 SK그룹을 둘러싼 대대적인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력 사업이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서든 데스'(돌연사) 위험성까지 언급한 최태원(63) SK그룹 회장이 오는 7일 임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최근 조대식(63)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60) SK㈜ 부회장, 김준(62)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60) SK하이닉스 부회장을 만나 퇴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회장단의 '동시 교체'가 현실화될 경우 올해 주요 기업 연말 인사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4명의 부회장은 2016년 말 승진돼 지난 7년간 최태원 회장과 함께 그룹 성장을 이끌었다. 부회장단의 나이가 6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데다 불황에 따른 반도체 사업 적자가 이어지고, 배터리마저 극심한 수요 둔화를 겪는 등 주력 사업이 흔들리자 새 진용을 꾸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시 교체'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예상이다. 부회장단의 빈 자리는 50대 젊은 경영진이 채울 전망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부회장단이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SK그룹은 지난해에도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에 따라 부회장단을 유임하며 변화를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 자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더팩트 DB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서든 데스'를 거론하면서 세대교체론이 고개를 들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지난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처음 언급한 '서든 데스' 화두를 재차 제시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미중 간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적 이슈, 신기술 생성 가속화, 양적 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 등을 기업들이 직면한 주요 환경 변화로 꼽았다.

또한, SK그룹은 조대식 의장이 물러남에 따라 최창원 부회장을 그룹 2인자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최태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최창원 부회장이 그룹 2인자로 전진 배치될 경우 SK그룹의 '사촌 경영'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최창원 부회장의 '홀로서기' 가능성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계에서는 최창원 부회장이 강력한 지배력(SK디스커버리 지분 40.18%)을 바탕으로 계열 분리에 나서고, 장기적으로 SK그룹의 '사촌 경영'이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SK그룹 측은 부회장단 동반 퇴진과 최창원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유력 후보로 떠오른 것과 관련해 "인사 발표 전에는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