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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 위해 식품기업에 칼 겨눈 정부…"장기적 관점서 효과 없을 것"
입력: 2023.11.30 16:11 / 수정: 2023.11.30 16:11

정부, 물가안정 릴레이 현장방문…28개 품목 매일 가격 점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눈속임 가격 인상 관련 신고센터 운영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14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 방문해 주요 품목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14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 방문해 주요 품목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한마디로 답답한 심정입니다."

정부가 물가안정 릴레이 현장방문으로 식품기업들을 찾아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한 식품업계 관계자가 30일 <더팩트> 취재진에게 밝힌 푸념이다. 정부는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해 빵이나 과자 등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28개 품목의 가격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또 수시로 식품업계 임원급 관계자를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있는데, 특히 소비자단체에선 '눈속임 가격 인상' 관련 신고센터 운영에 나서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기업을 잡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복수의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날 "가격 인상을 할 때는 미래가 불투명해서 특히 폭리를 취하기 위해 올리는 게 아니다"며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 다양한 인상 요인이 생겨도 최대한 기업이 감내하다가 더 이상 버티질 못할 때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요청을 무시할 기업은 없다"며 "당장 가격을 억제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꾀하기 위해 빵과 우유 등 28개 품목의 가격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배추·사과·달걀·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 치킨·피자·햄버거 등 외식 메뉴 5개 품목, 우유·라면·빵·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9개 품목 등이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물가 관리 전담자'도 새롭게 지정했는데,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큰 품목으로 꼽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담자는 제조사와 소비자단체 등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역할이 맡는다.

또 정부는 릴레이 현장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로 △농심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빙그레 △CJ프레시웨이 △하림 △동서식품 등이다. 정부는 각 사를 찾아 애로사항을 듣고 물가안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사실상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라며 기업을 옥죄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실제 오뚜기·풀무원·롯데웰푸드 등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철회한다고 밝혔다. GS25와 CU 등 편의점에서도 PB(자체브랜드) 우유가격을 인상하기로 한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오뚜기는 지난해부터 누적돼 온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올해까지 이어져 24종 제품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그러나 반나절 만에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이유를 들며 철회를 결정했다. 풀무원은 △초코그래놀라 △요거톡스타볼 △요거톡초코 필로우 등 요거트 3종의 편의점 가격을 인상한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롯데웰푸드는 햄 제품 '빅팜'의 편의점 판매가를 다음 달부터 올리려고 했지만, 정부 기조에 동참하기로 했다.

오뚜기·풀무원·롯데웰푸드 등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철회했다. /이중삼 기자
오뚜기·풀무원·롯데웰푸드 등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철회했다. /이중삼 기자

◆ 정부 행보, '보여주기식'…사실상 기업 압박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속에 소비자단체도 기업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눈속임 가격 인상 관련 성명서를 줄곧 발표해왔는데, 지난 27일부터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번들플레이션 등 소비자 제보를 받는 신고센터 운영에 나선 것이다. 참고로 슈링크플레이션은 동일 가격에 용량과 중량, 개수를 줄여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스킴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 품질을 줄여 판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번들플레이션은 묶음 판매인데도 낱개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기업의 꼼수 전략이 만연하게 될 때 시장에 대한 불신과 기업에 대한 경계심은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신고내용은 가격 인상뿐 아니라 수량과 용량을 줄인 상품, 묶음판매로 비싸게 판매하는 상품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모든 내용을 제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억제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철 유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은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데, 정부의 물가안정 협조 요청은 사실상 기업을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가격 안정화를 이루기 힘들다. 현재 정부의 행보는 '보여주기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갑 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정부가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순 있겠지만, 이러 조치가 장기적인 식품업계의 경영과 경제 효율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강제적인 가격 통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시장 경제 원리를 지원하는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단지 생색내기용으로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고 덧붙였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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