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개최지 29일 오전 1시쯤 발표 예상
최태원 회장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역전 기대
기업들, 막판까지 부산 홍보 계속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적힌 LG의 '부산엑스포 버스'가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 주차돼 있다.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는 28일 오후(한국시간) 파리에서 열린다. /뉴시스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곧 결정된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를 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되지만, 결선 투표를 거쳐 부산의 막판 대역전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막판까지 총력전을 벌인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기대감을 드러내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인들은 부산을 알리기 위해 3000여 명의 각국 정상급 인사를 만났다.
28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 시내 팔레드콩그레에서 시작된다. 총회에서는 182개 회원국에 마지막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5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부산, 이탈리아 로마, 사우디 리야드 순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이후 회원국 가운데 분담금을 모두 납부한 회원국들이 나와 투표권을 행사한다. 결과는 19일 오전 1시쯤 발표될 예정이다.
부산은 엑스포 유치전에 비교적 뒤늦게 참여한 후발주자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곳이 나오지 않으면 1, 2위 득표를 한 곳이 2차 결선 투표를 실시하는데, 로마를 누른 뒤 결선 투표에서 유럽 국가 표를 흡수, 박빙 승부를 펼쳐 역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18개월간 정부와 함께 '원팀'으로 엑스포 유치 대장정을 벌인 주요 기업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유치전 초기 열세를 만회했더라도 사우디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부산의 추격세가 예상외로 거세다는 분위기는 분명해 보인다"며 "기업들은 회원국 지지 확보에 온 힘을 쏟았다. 결과는 예상하기 어렵고,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도 파리에 머무르며 막판 유치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
그간 기업들은 회원국의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해 유치 교섭 활동을 전개해 왔다.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역을 나눠 전담 마크한 대기업 12개 그룹은 지난해 6월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후 18개월 동안 175개국 3000여 명의 정상·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만나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만 1645회에 달한다.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곳은 5개 그룹으로 평가된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이 전체 교섭 활동의 89.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기업에서는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회장뿐만 아니라 이재용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가 직접 나서 지지를 당부했다. 전체 교섭 활동의 52% 회의에는 기업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CEO)급이 직접 달려가 부산을 소개했다.
전면에 나선 최태원 회장의 경우 개최지 선정일이 다가오자,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최근에는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지 않고 파리 현지에서 유치전을 벌이면서 중남미와 유럽 등을 수시로 방문했다.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태원 회장이 항공기 일반석(이코노미석)에 탑승한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처음 뛰어들었을 때 승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불가능한 싸움이었지만, 정부와 여러 기업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승부를 점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금도 파리에 머무르고 있다. 유치단에서 막판 유치 활동을 벌였고, 전날 PT 발표를 위한 리허설을 갖기도 했다. 리허설을 마친 최태원 회장은 "오늘도 전투가 계속 벌어진다. 전투하러 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파리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BIE 대표 교섭 오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전날 파리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 가능성'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뉴시스 |
정의선 회장도 파리에 머무르며 힘을 보태고 있다. 별도 사업과 관련한 일정 없이 비공개로 엑스포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데 집중하며 막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앞서 "희망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밝힌 정의선 회장은 지난 23일 BIE 대표 초청 만찬에서는 건배사를 통해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은 각국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감기에 걸린 상태로 파리에서 민간 외교를 이어가다 전날 귀국했다. 공항에서 '파리 분위기', '유치 성공 가능성'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는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재용 회장과 구광모 회장, 신동빈 회장 등은 한국에서 엑스포 상황을 점검하며 결과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주요 기업들은 개최지가 결정될 때까지 홍보전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현재 삼성은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부산의 주요 상징물과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되었습니다)라는 슬로건 등이 담긴 아트카가 BIE 총회장 주변을 돌아다니도록 했다. LG는 파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적힌 '부산엑스포 버스' 2030대를 운영하고, 도심 곳곳에 약 300개의 광고판을 집중 배치했다. 롯데그룹은 이날까지 롯데월드타워 외벽 미디어파사드에 부산이 엑스포 투표 기호 1번임을 알리는 'BUSAN is NO. 1' 메시지를 띄운다.
한편 BIE 공인 엑스포는 등록, 인정으로 나뉜다. 과거 개최한 여수·대전엑스포는 모두 인정엑스포로,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3대 국제 행사로 불리는 등록엑스포와 비교해 규모가 크지 않다.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면, 한국은 올림픽·월드컵·등록엑스포까지 모두 개최한 7번째 나라가 된다. 정부는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61조 원의 경제 효과와 50만 명의 고용 창출을 가져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기술과 상품을 전 세계에 선보일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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