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사기 상장 불만 토로…상장 주관사 책임론도
법무법인 피해주주 모집 나서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가 부실 매출을 숨기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뻥튀기 상장 논란 속 법정 공방이 진행될 가능성도 나온다. /파두 홈페이지 갈무리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지혜·이선영·우지수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황원영 기자]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린 한 주 입니다. 차가운 날씨에 벌써 겨울나기가 한창인데요, 이번 주에는 한 해 입시 농사를 결정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졌습니다. 이튿날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첫눈이 내리며 고생한 수험생들을 포근히 감싸주었는데, 이제는 잠깐 여유를 즐길 특권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LG 트윈스 야구팬들과 LG가족들도 잊지 못할 감격스러운 한 주를 보냈습니다.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습니다. LG그룹 총수 일가의 야구 사랑부터 LG그룹 계열사 할인 행사까지 연일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다만, 증시에는 매서운 바람이 붑니다.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증시 입성 3개월 만에 충격적인 실적 발표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반토막 났고, 부실 상장 의혹도 일었습니다. 법정 공방이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데,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 3분기 실적 발표가 발화점…파두 10만 개미 뿔났다
-이번 주 주식시장은 지난 8월 7일 기술특례를 인정받으며 코스닥에 안착한 '파두'로 뜨거웠습니다. 올해 IPO(기업공개) 최대어 중 하나로 불렸던 파두는 상장한 지 3개월 만에 주가가 공모가(3만10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17일 종가가 전 거래일(1만8500원) 대비 3.14%(580원) 하락한 1만7920원이니, 단순히 공모가를 하회하는 수준이 아닌데요? 공모가 대비 42.19%나 빠졌으니 '파두 사태'라는 말까지 나올 만하네요.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파두 사태가 벌어진 데는 이달 8일 3분기 실적 발표가 발화점이 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두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억2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135억9200만 원) 대비 97.6%나 쪼그라들었습니다. 9월 말 기준 누적 매출 또한 180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5억6000만 원)보다 44.6% 감소했고요. 특히 2분기 매출이 가관이었죠. 매출액은 5900만 원에 불과해,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하다는 비아냥까지 나왔습니다.
-파두는 기술특례로 상장한 곳이라면서요.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성을 가진 곳이라면 장기적인 실적을 내다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매출이 낮게 나왔다는 이유로 이렇게 시끄러운 건 과해 보이는데요.
지난 8월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파두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유도석 한국IR협의회 상무,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이부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 이지효 파두 대표이사,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배영규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 (왼쪽부터) 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
-단순히 매출이 아쉬운 것이라면 투자자들도 이처럼 노발대발하진 않겠죠. 문제는 파두가 지난 6월 30일 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있습니다. 당시 파두는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 원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7월 13일 한 차례 정정도 거쳤지만, 추정 매출액은 그대로였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파두가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2분기 추정 매출액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실적 부진을 숨기고자 연간 매출 추정치를 '뻥튀기'한 것 아니냐고 따지고 있습니다. 파두뿐만 아니라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기업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요.
-집단 소송이 진행될 수도 있다던데, 그건 뭔가요?
-주주대표소송 제기권, 주주제안권,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 소수주주권의 행사와 분식회계 및 주가조작에 따른 투자자소송을 주로 취급해 온 원고소송로펌 한누리가 나섰습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지난 15일 파두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우고 피해 주주 모집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 신고서나 투자 성명서 등이 중요 사항이 거짓으로 기재되거나 누락돼 증권 취득자가 손해를 입으면 회사와 상장 주관사 등에 손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경영권 방어나 분할을 막기 위한 집단 소송은 이따금 들어봤지만, IPO와 관련한 집단 소송은 제법 낯선데요.
-네, 실제 2005년 1월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시행된 이래 총 11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되었지만 IPO와 관련한 집단소송은 제기된 사례가 없습니다. 소송 진행된다면 IPO와 관련한 첫 증권관련집단소송으로 기록되는 셈이죠.
-파두도 파두지만, 주관사들의 속앓이도 만만찮겠는데요.
-맞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파두의 위법 소지가 발견될 경우 이 기업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도 함께 조사한다고 밝혔습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IB 부문 강자로 불리는 곳 아니던가요. 앞서 발표된 3분기 실적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소송에 휘말린다면 양사의 올해 실적 축소도 불가피하겠네요. 파두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