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청약·실적 미진했지만 성장 자부심 내비쳐
공매도 상환기간·담보비율 통일, 호재로 작용 전망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늘(17일) 코스피에 입성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홈페이지 갈무리 |
[더팩트|윤정원 기자]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오늘(17일) 유가증권시장에 발을 들인다. 투자자들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가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데 이어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한층 떨어졌지만, 한켠에서는 성장 동력이 충분하다며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수요예측 이어 청약까지 '참패'
2017년 설립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용 하이니켈 양극재 핵심소재 중 하나인 하이니켈 전구체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 가장 큰 전구체 생산능력을 보유 중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친환경 배터리 시장 성장으로 전구체 수요가 2027년까지 연 평균 30%의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 하이니켈 전구체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다만, 고평가 논란 속 앞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수요예측에서부터 쓴맛을 봤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닷새간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최종 공모가를 희망밴드(3만6200~4만4000원) 최하단인 3만6200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1141개 기관이 참여해 총 1억925만8000주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배정 물량(289만 5200주·1048억 원)에 대한 청약 성적도 저조했다. 이달 8~9일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이뤄진 공모주 청약에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쟁률은 70.04대 1로 집계됐다. 청약건수는 38만1625건, 청약 증거금으로는 3조6705억 원이 모였다. 균등 배정 주식 수는 미래에셋증권 기준 약 3.8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은 약 3.76주, 하이투자증권은 약 3.98주였다.
◆ 파두 의식했나…3분기 실적 발표 '부랴부랴'
수요예측과 청약이 아쉬운 성적을 거둔 데 이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실망스러운 3분기 성적표도 공개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14일 올해 3분기 매출 2400억 원, 영업손실 69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손실로 전환했다.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는 주주 서한을 통해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분기 영업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광물 가격 하락, 원자재 재고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반 투자자 청약을 마치고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이 실적 부진에 대한 의견을 상장 직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파두를 의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두는 지난 8일 실적을 발표한 이래로 주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파두는 올해 2분기 5900만 원, 3분기 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0억 원에 그친다. 사측이 앞서 내놓은 올해 매출 예상치는 1203억 원이다.
대규모 물량을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의무확약 비율이 낮은 점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주가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 투자자에 배정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최종 물량 636만9440주 가운데 97.4%(620만6824주)가 미확약 물량으로 나타났다. 의무 보유확약 비중은 고작 2.6%에 그친 것이다. 이 가운데 확약 기간을 6개월로 잡은 기관 비중은 전체 0.2%에 불과했다.
◆ 굳건한 성장 다짐…공매도 개선안까지 구원투수로 등장
하지만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측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매출 다각화 등 다방면의 사업 전략을 갖췄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금번 상장을 통해 전구체 수요 급증에 대응해 3·4공장을 건설해 올해 연간 생산능력 5만 톤을 오는 2027년까지 21만 톤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을 필두로 중국 업체를 대체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아래 2027년에는 외부 판매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외부 고객사 비중을 늘리겠단 방침도 세웠다. 현재는 회사 매출 비중의 90% 이상이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에서 나온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향후 5년간 2개 이상 회사와의 외부 판매를 하게 될 예정"이라며 "캡티브(계열사 물량)가 90% 이상이지만, 외부 매출을 2025년 30% 이상, 2027년 50% 이상으로 할 것으로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주식 공매도 제도가 개편되고 있는 점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는 긍정적인 대목이다. 전날인 16일 당정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 협의회'를 개최, 개인 공매도 투자자의 담보비율을 기존 120%에서 105%로 인하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기관과 같은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공매도 거래를 위해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환 기간은 개인과 기관 모두에 대해 '90일+α'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 개편안까지 나왔으니 오를 가능성은 있다. 다만 상장 당일 매물 출회가 나올 수 있어 변동성이 클 수 있다. 주가는 당일에 닥쳐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