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리클라이너 소파 시장 4000억 원 규모, 4년 전보다 두 배 성장
지난 6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고양가구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가구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한때 '가성비'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면 최근에는 나를 위한 가치 있는 소비에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 나를 위한 소비 트렌드가 붐을 이루다가 지금은 시장에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가구 업계도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영향을 받고 있다. 기존 제품 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나만의 휴식공간을 위해 좀 더 편안하고 세련된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가구 시장에서는 등받이와 좌방석의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리클라이너 소파'가 대표적이다.
리클라이너 소파는 지난 2013년 국내에 판매가 시작돼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파 시장 규모는 1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죽 소파가 8000억 원으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패브릭 소파는 4000억 원 규모로 25%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리클라이너 소파도 4000억 원 수준이며 1인용이 1000억 대, 다인용이 3000억 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리클라이너 소파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리클라이너 소파 시장은 2018년 2000억 원대 수준이었다. 4~5년 사이 두 배 이상 성장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2010년 초반 여가에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북유럽식 리클라이너 소파가 소개되면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편안함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다 보니 큰 덩치와 투박한 디자인으로 '아빠 의자'라는 이미지가 생겨서다. 이 시기 다양한 기능을 갖춘 안마 의자가 등장하면서 북유럽식 리클라이너 소파의 인기는 빠르게 식었다.
리클라이너 소파가 급부상한 건 팬데믹 시기다. 홈술, 홈짐, 홈오피스 등 집을 다각도로 활용하는 '레이어드 홈(Layered Home)' 트렌드가 떠올랐다. 소비자들은 앉고 눕고 기댈 수 있는 소파를 찾기 시작했고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리클라이너 소파의 라인업을 늘리기 시작했다.
최근 출시되는 리클라이너 소파는 단점으로 꼽혔던 부피와 디자인, 가격 등의 문제점을 해소했다. 초기 리클라이너 소파는 벽과 소파 사이에 여유 공간이 필요했다. 등받이가 움직이기 위한 공간이 필요해서다. 그러나 최근 제품들은 등받이나 머리 받침대가 앞으로 움직여 뒷공간이 필요 없게 됐다. 부피도 줄었다. 전동 부품이 소형화되면서 너비가 초기 모델과 비교하면 400mm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
과거 리클라이너 소파는 가죽 소재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패브릭 소재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도 늘고 있다. 초기 리클라이너 소파는 일반 가족 소파보다 두 배 정도 비쌌지만 현재는 일반 가죽 소파 보다 30%가량 더 지출하는 수준으로 내려왔다.
한샘은 올해 리클라이너 브랜드 '무브미(MVME)'를 선보이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사진은 무브미 캠페인 영상. /한샘 |
◆ 치열한 경쟁으로 소비자 선택 폭 넓어져
리클라이너 소파 시장이 커지면서 가구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13년 리클라이너 소파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한샘은 올해 리클라이너 브랜드 '무브미(MVME)'를 선보이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무브미는 '나와 나의 생활을 움직이는 소파(Sofa Moves Me)'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브미는 한샘이 10년간 축적한 리클라이너 기술이 집약돼 있는 브랜드다. 무브미는 대형 소파라는 리클라이너 소파의 인식을 지우기 위해 일반 소파와 비슷한 디자인의 슬림형, 1인용 등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고 있다.
한샘에 따르면 무브미의 6~8월 리클라이너 소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증가했다. 전체 소파 판매량 가운데 리클라이너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올랐다. 한샘은 MZ세대의 리클라이너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리바트는 미유와 그란디오소, 레가토 등 리클라이너 소파 20여 종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리바트 |
현대백화점그룹의 가구 전문 기업인 현대리바트의 경우 일반 소파보다 리클라이너 소파의 판매량이 15%가량 높다. 현대리바트는 현재 미유와 그란디오소, 레가토 등 리클라이너 소파 20여 종과 로지, 이비 등 모듈형 소파 8종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현대리바트의 리클라이너 소파는 매트리스에 사용되는 두꺼운 강선 스프링을 사용해 침대에 누운 듯한 편안함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부드러운 작동감과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가구가 차지한 공간을 최소화하는 미니멀한 인테리어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며 "리클라이너와 소파를 하나의 제품으로 결합해 공간 효율을 높여주는 리클라이너형 소파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까사의 3분기 리클라이너 소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신장했다. /신세계까사 |
신세계그룹의 가구 계열사 신세계까사 역시 리클라이너 소파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신세계까사에 따르면 3분기 리클라이너 소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신장했다. 신세계까사가 하반기에 출시한 루고와 아스티 등 리클라이너 제품은 월 평균 15%씩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신세계까사의 루고 제품은 안정적인 비례감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실루엣으로 모던한 느낌을 살린 디자인이 특징이며 아스티는 우아한 디자인으로 차별성을 두고 있다. 특히 듀얼 모터가 탑재된 리클라이닝 기능으로 등받이에서 헤드, 좌방석에서 다리까지 원하는 각도 조절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과거 부모님을 위한 효도 안락의자 정도로 여겨지던 리클라이너 소파가 신혼부부와 1인 가구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라며 "편안한 리클라이닝 기능에 디자인까지 일반 소파처럼 트렌디하게 변화해 많은 소비자 선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