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우리금융 상생금융안 발표…KB·NH농협금융도 취약계층 지원상품 검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은행의 막대한 이자이익과 비판이 쏟아지자 금융권이 상생 금융 보따리를 풀고 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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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정리=김태환 기자]
◆ 상생금융 마련 은행권, 단순히 이익 늘었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건 억울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이자 장사' 비판에 이어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연이어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이익 문제를 지적하면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면서요?
-네, 금융지주들은 지난 주말까지 반납하며 지주 회장 주관하에 '릴레이 비상 회의'를 열고 추가 상생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고 발표했습니다.
-가장 먼저 상생금융안을 발표한 곳은 하나은행입니다. 지난 3일 하나은행은 상공인·자영업자 30만 명을 대상으로 총 1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신한금융도 지난 6일 1050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 금융 패키지'를 공개했습니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어떤가요?
-우리금융은 상생금융 예고편을 공개했는데요.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에선 상생금융TFT를 발족하고 저금리 대환 대출 공급 확대, 이자 면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다른 계열사들은 상생금융 관련 특화상품을 내놓고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KB금융과 NH농협금융은 공식적으로 상생금융 방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 지원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금융권이 갑자기 '상생 지원 카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거죠?
-정부의 은행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스스로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쉰다"고 말하며 은행의 '초과이익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도 금융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습니다.
-고금리에 고물가로 서민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은행만 홀로 이자 이익을 벌고 있는 걸 비판하고 있는 것이군요. 은행권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잇따라 '상생 금융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금리가 오르는 건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단순히 이익이 늘었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건 억울하다는 겁니다.
-일각에서 '횡재세' 논란까지 나온다면서요.
-네, 은행권을 상대로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 논의도 불거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라 아직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자 장사 지적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나왔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반짝 상생 대책'이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네요. '금리 산정' 등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7일 오후 4시께 인천 서구 LH인천지역본부 검단사업단에서 검단 아파트(AA13) 입주예정자들이 간담회장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GS건설과 LH의 입주지원금이 인근 시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최지혜 기자 |
◆ "주변 전세 3억 인데 지원금 고작 1억?"…LH·GS건설 '짠물 보상'에 검단 입주민 '분통'
-건설업계 소식도 들어볼까요. 지난 4월 붕괴사고가 발생한 검단 아파트 입주민들의 보상안을 두고 GS건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민이 깊은데요. 당장 내달 입주를 앞둔 입주예정자들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죠?
-네. 붕괴사고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게 된 인천 LH 검단 아파트(AA13) 입주민들의 보상안 마련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주지연 기간 입주예정자들이 지낼 거처 마련에 필요한 주거지원금 규모를 두고 합을 맞추지 못해선데요.
GS건설, LH, 국토교통부, 검단 AA13 입주예정자는 지난 7일 오후 인천 서구 LH검단사업단에서 보상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단지는 GS건설이 시공, LH가 발주했습니다. GS건설은 단지를 모두 철거하고 다시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당초 12월 시작돼야 했던 입주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입주민들의 주거계획에 당장 차질이 생겼네요. LH와 GS건설은 어떤 보상 카드를 들고왔나요?
-우선 이번 간담회에서도 3자간 보상안이 협의점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GS건설과 LH가 내놓은 보상안이 입주예정자들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겁니다.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의 큰 줄기는 지체보상금, 주거지원비, 중도금 대위변제 등입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거지원비죠. 주거지원비는 무이자 대출의 형태로 제공되는데, 입주예정자들의 당장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한 전세금으로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GS건설은 전용 84㎡기준 8000만 원의 주거지원금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그간 입주예정자들이 요구했던 자사의 주거 브랜드 '자이' 적용을 제안했습니다.
-LH는 GS건설의 절반 수준인 동일면적 기준 4400만 원의 주거지원금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분양 계약금에 해당하는 금액인데요. LH는 이에 더해 공공분양 계약자로서 입주지연에 따른 법적 책임으로 지체보상금을 제공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기준에 따른 지체보상금은 전용 84㎡ 기준 약 8900만 원, 지급 시점은 재시공에 따른 예상 입주시기인 2028년입니다.
-그럼 총 1억2400만 원이 주거지원비로 제공되겠네요. 이 금액이면 인근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나요?
-사실 인근 단지에 1억 원대 전셋집은 없습니다. 입주예정자 입장에선 양측의 주거지원안을 수용할 경우 한달 안에 1억2400만 원의 자금으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셈인데요. 이는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AA13의 맞은편에 조성된 '검단신도시푸르지오더베뉴'와 '검단호반써밋1차' 전용 84㎡전세가격은 모두 지난달과 이달 들어 3억~3억5000만 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입주예정자들의 보상안이 협의점에 이르지 못하면서 불안은 가중하는 분위긴데요. 정혜민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간담회에서 "전세금을 전부 지원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양측이 제시한 주거지원금이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아 상향돼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입주예정자들은 2억 원의 주거비 지원과 중도금 대위변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측이 제시한 것과 8000만 원가량 차이가 나죠.
-입주예정자들의 요구를 LH와 GS건설이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가요?
-이미 현재 보상안으로도 LH와 GS건설의 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요구 수용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검단 아파트는 총 1666세대인데요. 전용 84㎡ 보상안으로 가정하고 단순히 계산할 경우 GS건설의 주거지원비 규모는 총 1332억8000만 원, LH는 733억400만 원 수준입니다. 물론 입주자별로 면적이 달라 상세히 계산하면 줄어들겠지만, 수백~수천억 원의 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LH와 GS건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회사채 조달을 통해 보상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GS건설의 경우 '순살자이'라는 오명과 함께 붕괴사고로 인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보상 규모까지 커지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보상금 이외에도 입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있다면서요.
-중도금 대위변제도 입주민들의 요구 중 하나입니다. 중도금 대위변제의 경우 GS건설과 LH의 실무진 검토와 입주예정자들의 협의를 거쳐 보상 여부와 범위가 확정될 예정입니다.
-정 회장은 "지난 간담회에서도 중도금 대위변제를 요구했고, 당시는 양측이 거절했지만 이번 회의에선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저희 입장에선 (입주지연에 따른) 중도금 추가 채무를 부담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면 재시공이 결정된 상황인 만큼 남은 중도금 대출을 시공사와 계약자가 직접 은행에 상환하라는 것입니다.
-재시공 범위에 대한 논의도 현재진행형입니다. GS건설은 지난 7월 해당 단지를 전면 재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초 지반공사와 토목공사까지 철거할 경우 오히려 안전성에 취약할 수 있어 재시공 범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입장 차가 큰데다 아직 논의할 내용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군요.
-입주예정자들과 LH, GS건설은 다음주 다시 해당 문제들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LH와 GS건설의 잘못이 명확한만큼, 입주자들이 재시공과 입주까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상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