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쇼크·SK하이닉스와 2분기 거래 없어
하한가에 뿔난 개미들, 집단 소송 움직임도
9일 파두는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0일 장에도 20% 내린 채 거래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 파두가 상장 3개월 만에 하한가를 맞고 공모가 밑으로 추락하면서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3분기 실적 '어닝 쇼크'와 상장 후 보호예수 물량이 풀린 영향이다. 상장 후 처음으로 공개된 2분기 실적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충격을 안겼다.
일부 주주들은 파두의 상장 시점을 회상하면서 의문을 제기한다. 파두가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난 8월은 이미 2분기 실적을 토대로 기업가치가 책정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파두가 공개한 2분기 매출은 5900만 원, 영업손실은 152억 원이었으며,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에 제출된 연 매출 예상치는 564억 원이었다.
9일 파두는 전날보다 1만400원(29.97%) 내린 2만43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상장 첫날 기록했던 역대 최저가(2만7600원)를 밑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10일 장에서도 25%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8일까지 1조6890억 원이던 시가총액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1조 원대 밑(8929억 원)으로 떨어졌다. 이틀 만에 8000억 원가량이 증발했다.
파두의 약세는 3분기 저조한 실적에 따른 실망감과 상장 후 3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면서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간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서 더 큰 문제가 튀어나왔다는 게 일부 주주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파두가 3분기 매출 3억2100만 원, 영업손실 148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하면서 상장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2분기 실적을 보고 "믿기 힘든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파두의 2분기 국내 매출은 0원이었다. 1분기까지 주요 고객사였던 SK하이닉스와 거래가 2분기부터 끊겼기 때문이다. 파두의 2분기 매출 5900만 원은 해외 부분에 집중됐다.
파두는 올해 8월 7일 상장했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과 공식 기업설명회(IR) 일정 등은 7월 말부터 진행됐으며 직전 분기인 2분기 실적을 토대로 상장 절차가 진행됐기 때문에 분기 실적 결산도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파두가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올해 연간 매출 예상치는 1202억 원. 2분기 5900만 원에 불과한 매출을 올려놓고도 기업 가치 하락을 우려해 수정하지 않고 상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파두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80억4400만 원이다. 4분기만 남겨놓은 시점에서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1202억 원은 고사하고 지난해 연 매출(564억20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 매출 목표 달성은 사실상 실패할 전망이다.
파두의 온라인 주주 채팅방이나 종목 토론방에서는 "이쯤 되면 사기 아닌가", "거래소는 알고도 상장해 준 것이냐", "파두 파두 괴담만 나온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주주 A씨는 "유니콘 기업이라더니 우리 집 앞 마트보다 매출이 없었다. 대국민 사기 행각이라고 생각한다. 집단 소송을 알아볼 것"이라고 격노하기도 했다.
한편 파두 측은 이번 IR을 통해 주력 사업인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장치 SSD(Solid State Drive)의 메모리 산업 시황 부진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게 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실적 자료를 통해 "메모리 산업은 지난 10년간 가장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며 "파두는 신생 기업으로서 불안정한 환경을 헤쳐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