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下' 행진 멈춘 영풍제지…거래재개 후 7거래일 만에 반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의 필수 조건인 아시아나 화물 부문 매각이 승인됐다. 기업결합 절차가 완료되면 조원태 한진 회장(사진)이 한진칼 우호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
☞<상>편에 이어
[더팩트|정리=이선영 기자]
◆ 조원태, 아시아나 합병 탄력에 '안도의 한숨'…경영권 입지 확보
-이번에는 항공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부문 매각이 결정됐다면서요.
-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체결한 신주인수계약 관련 거래종결 선행조건 충족을 위해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하는 시정조치안의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를 논의해 해당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심사하며 한국-유럽 화물노선에서 경쟁제한(독점) 우려가 있다며 시정조치안을 요구했습니다. 항공사 간 합병은 필수승인국가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성사될 수 없기에, EU 집행위의 요구 승인이 사실상 기본 조건이 된 것이죠. 이에 대한항공이 시정조치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했는데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승인이 나야 해당 조치안을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화물 매각과 관련해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만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더라면,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무산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항공업계와 재계에서는 화물 매각과 관련해 격렬한 논쟁이 있었는데요. 슬롯(노선)을 반납하고 화물부문도 매각할 경우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을 공중분해 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당초 기업결합 목적이던 '항공 경쟁력 강화'가 무의미해진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화물 부문 매각을 논의했지만, 8시간이 넘도록 토론한 끝에 이사회를 정회하고, 지난 2일 재개하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결합을 밀어붙인 이유는 뭔가요.
-대한항공은 슬롯 반납과 화물부문 매각 감안해도 항공 경쟁력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에서 화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원상복구되는 상황입니다. 2020년 70% 수준이었던 화물 매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2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매각을 해도 큰 손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입장인데요. 여기에, 화물부문 매각과 노선을 반납한다 해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로 매각돼 한국 항공업계 전반으로 보면 경쟁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있었나요.
-한진칼의 지분 관계를 들여다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선 이번 인수합병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지난 2020년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개명 전 당시 조현아)은 3자 연합을 구성하고 조 회장과 지분경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총 45.24% 확보하며 조 회장(우호지분 포함 41.4%)의 경영권을 위협했지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조건으로 10.58%의 지분을 통해 조 회장을 지원하면서 우호지분이 급격히 늘어나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이 실패하면 판도가 바뀌게 됩니다. 현재 한진칼 지분율 구성은 조원태 회장이 19.79%, 델타항공 14.9%, 한국산업은행 10.58%, 국민연금공단 5.88%, 팬오션 5.85%, 호반건설 외 기타 11.6% 등 입니다. 조 회장의 지분은 우호세력을 모두 합할 경우 45.27%인데요. 합병 무산 시 산업은행 지분이 빠지게 되면 지분율이 34.69%로 줄어 들어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화물 매각으로 기업결합 선행조건이 통과된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죠.
-앞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까요?
-당장 큰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일본과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남아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크게 겹치는 노선이 없어 EU처럼 경쟁제한(독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무난하게 기업결합 심사가 통과할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인데요.
-문제는 미국입니다.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기업결합을 제한하려는 소송도 검토하고 있는데요. 특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노선에서 경쟁제한(독점)이 나타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내 저비용항공사와 관련해 항공 분야 독점을 막으려고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습니다. 외국 항공사 간 합병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사례가 처음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수년을 끌어온 만큼, 끝내 무산되면 오히려 손해가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요. 아무쪼록 일본과 미국과의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무사히 통과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항공사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신 모 씨 등이 지난달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 '하따' 통했나…간 큰 영풍제지 개미들 "하하하하하하하"
-증권가 소식을 들어볼까요. 시장에서 영풍제지를 두고 "하하하하하하하"라고 하던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상한가의 '상'이 아닌 하한가의 '하'를 이어 붙여 읽었을 때 웃음소리처럼 들리게 표현한 건데요. 지난달 시세조종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된 영풍제지가 재개 첫날인 지난달 26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으면서 붙은 수식어입니다. 영풍제지는 거래정지 전날도 하한가였기 때문에 7번 연속 하한가라는 역대 최장기간 하한가 신기록을 경신했는데요. 7번이나 '하'를 외친 웃음소리는 행복보단 허탈이라는 표현이 적합했죠.
-기존 주주들이나 새롭게 매수한 투자자라면 이번 주 웃을 일이 없었겠네요. 그런데 영풍제지가 이번 주 마지막 날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고요?
-네. 영풍제지는 거래재개 후 7거래일째를 맞더니 놀랍게도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요. 3일 장에서 전날보다 210원 오른 422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만 보면 반등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일 순 있으나 상승률로 따지면 5.24%, 장중에는 무려 16.71%(670원) 오르기도 했는데요. 이날 매수세를 보인 투자자들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허탈'에 가깝던 웃음소리가 '호탕'으로 바뀔 여지가 생겼다는 거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시장에서는 이를 '하따'(하한가 따라잡기)라고 일컫는데요. 낙폭을 이어가던 종목에 저점을 잡으려는 매수세가 유입됐을 때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영풍제지가 거래정지 직전 하한가를 기록했기 때문에 거래 재개 첫날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한 그 하따도 같은 의미이고요. 첫 번째 하따가 하한가 신기록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면, 두 번째 하따는 첫 날 결과만 보면 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하따에도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군요. 이런 일이 왜 발생한 겁니까?
-거래량 추이를 보면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영풍제지 거래량은 지난 1일까지만 해도 50만 주에 불과했으나 2일 751만 주, 3일은 무려 하루에만 2000만 주가 몰렸습니다. 거래량이 하루 만에 15배 오른 것도 모자라 이틀 사이 40배가 뛴 셈이죠.
-특히 영풍제지가 속한 코스닥 시장은 3일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순매도했으나 개인 투자자들이 1453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영풍제지도 홀로 307만3515주를 쓸어 담았고요. 결국 영풍제지의 주가 상승은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끌었다고 진단할 수 있겠네요.
-그렇군요. '간 큰 개미들의 역습'이라는 표현이 딱 맞겠네요. 유례없는 낙폭을 이어가던 종목에 과감히 지갑을 연 간 큰 개미들이 7번의 웃음소리 뒤 어떤 결과를 받아들일지 다음 주에도 주목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