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영업이익 1285억 원, 전년比 32.4%↓
화장품 가격 올리자 주가 반등…중국 시장 공략은 '글쎄'
LG생활건강이 올 3분기 영업이익 1285억 원 등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우지수 기자] LG생활건강이 올 3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LG생활건강은 인기 브랜드를 새단장하고 부진했던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이 같은 전략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3분기 매출액은 1조7462억 원, 영업이익 128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6%, 32.4% 줄었다. 하락세의 이유로는 화장품업계 매출의 큰 축인 중국 시장 매출이 여전히 부진했다는 점이 꼽혔다.
LG생활건강은 중국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현지 주요 채널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일 일부 자사 화장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LG생활건강의 숨, 오휘, 빌리프, 더페이스샵 브랜드 품목은 평균 4~5% 올랐다. 가격 인상 이유로는 원료 가격 상승이 가장 컸다.
가격이 오른 제품들을 보면 브랜드 숨의 '시크릿 에센스 EX(100mL)'의 가격은 9만5000원에서 10만 원으로 5.3% 올랐다. 브랜드 오휘의 '프라임 어드밴서 2종 기획'은 14만 원에서 14만5000원으로 3.6% 상향 조정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글리세린, 주정 등 화장품 주요 재료 가격이 올랐다. 환율도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판매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면 수익성이 개선돼 매출, 영업이익 등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주주들의 기대와 달리 화장품 가격 인상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단 예측도 나왔다. 세계적으로 '가성비' 화장품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시장에서 소비자들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가격 저항이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 중 절반 이상이 프리미엄 브랜드인 '더 후'에서 나온다는 점도 가성비 선호 시장 흐름에서 실적을 내기 어렵단 지적도 나왔다.
박현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연간 전망 수치에서 가장 큰 변수는 화장품 사업"이라며 "4분기에는 신제품 가격 인상으로 면세·중국 시장에서 가격 저항이 예상된다. 실적에 대한 보수적인 추정, 주요 브랜드 마케팅 투자·해외 구조조정 비용 확대 등을 감안했을 때 4분기는 올해 중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전망했다.
LG생활건강은 이번 가격 인상을 해외 채널에 곧바로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가격 조정에 따른 국내 채널의 반응을 살필 모양새다.
지난 8월 LG생활건강은 인기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유명인을 초대하는 '더 후 천기단 아트 페어 인 상하이' 행사를 열었다. /LG생활건강 |
◆중국 입지 되찾아야…인기 브랜드 새단장해 선보이는 LG생건
LG생활건강은 가격 조정안 외에도 럭셔리 브랜드의 시장 입지를 새로 다지는 전략도 펼친다. 더 후의 주력 제품 '천기단'을 13년만에 리뉴얼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 인기 제품군의 점유율을 되찾겠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엔 중국 현지에서 유명인들을 초대한 행사를 열고 전시회도 선보이는 등 노력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리오프닝(중국 단체여행 재개 등 교류 활성화)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화장품 기업이 중국 입지를 되찾으려면 기존 제품의 리뉴얼보다는 근본적인 기술력 우위를 갖춘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들은 현지 경쟁력을 잃었다. 이들을 리뉴얼해서 선보여도 큰 반향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중국은 화장품 산업에서 워낙 큰 시장이다보니 국내 기업 입장에서 포기할 수 없다. 타 브랜드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내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밀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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