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돈 아끼지 않는 '골드키즈' 문화 겨냥
수백억 대 적자 하림산업, 푸디버디 '300억 원' 판매 목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1일 열린 푸디버디 론칭 간담회에서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지수 기자 |
[더팩트|우지수 기자] 하림그룹의 식품가공업체 하림산업이 어린이들을 위한 가정간편식 브랜드 '푸디버디(Foody Buddy)'를 선보였다. 푸디버디는 4남매를 키우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개발을 지휘했다. 신제품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하림산업이 저출산 문제가 커지는 아동식 시장에서 어떻게 두각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하림은 1일 압구정동 CGV 청담시네시티에서 푸디버디 론칭 기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선 하림이 간편식 시장에 뛰어든 이유와 함께 앞으로의 브랜드 발전 방향을 설명했다.
저출산 기조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0.78명을 기록한 출산율은 올해 0.7명대 초반까지 떨어질 걸로 전망된다. 식품업체들도 아동식보다는 고연령층을 겨냥한 '케어푸드'에 집중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하림은 소비층인 아이들이 줄어드는 '아동식' 분야에 출사표를 냈다. 하림은 부모들이 자녀 식사를 챙기는 문화가 최근 크게 바뀐 것에 집중했다. 또 비싼 아동복과 돌잔치 등 '골드키즈(Gold Kids·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를 뜻하는 신조어)' 시장이 점점 성장하는 추세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부모가 직접 조리하지 않은 식사를 아이들에게 먹이는 경우가 늘고, 아이 식사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을 공략하기로 했다. 2021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어린이 식사 유형은 △배달 12% △완제품 30% △반제품 22% △직접조리 36%로 집계됐다.
하림 관계자는 "배달과 완제품, 반제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어린이 전용 가정간편식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은 아동 식품 브랜드가 아직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스크린에 자녀들의 식사 장면을 담은 홈 비디오를 공개하면서 아동식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지수 기자 |
푸디버디는 '미식가 엄마, 딸 바보 아빠, 전문가의 영양 설계, 셰프의 조리'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제품군은 △라면 △즉석밥 △국 △볶음밥 △튀김 △핫도그 등 크게 여섯 종류로, 하림에 따르면 MSG를 첨가하지 않고 고기·사골·채소로 감칠맛을 냈다. 재료뿐 아니라 훈연하지 않고 삶아 부드럽게 만든 소시지를 넣은 핫도그, 시중 제품보다 수분 함량이 5% 높아 소화에 용이한 즉석밥 등 아이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신경쓴 조리법도 눈에 띈다.
단상에 선 김 회장은 "나는 4남매의 아버지다"라고 강조하며 무대에 올랐다. 김 회장이 이야기하는 동안 뒤편 스크린에선 아이들의 식사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재생됐다. 그는 "네 아이 중 막내는 라면을 무척 좋아했는데, 아토피를 심하게 앓아 라면을 먹을 때면 입 주위가 빨갛게 부르터 쉽사리 라면을 먹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는 라면을 발전시켜 '가정간편식' 브랜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자녀가 있는 하림 연구개발진과 머리를 맞댔고, 푸디버디가 탄생했다. 김 회장은 "부모들이 아이와 라면을 먹지 않는 이유는 하나, '몸에 해롭기 때문'이다. 푸디버디 라면은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디버디를 론칭하고 하림그룹 내 각 기업에서 라면, 가정간편식 제품을 생산하는 하림산업은 최근 몇 년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하림산업은 2021년 '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했고 제품 홍보에 김 회장이 직접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좋지 못했다. 업계에선 한 봉지에 2000원이 넘는 라면은 소비자들에게 와닿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사는 이후 즉석밥, 국 탕 등 제품을 꾸준히 출시했고 지난 3월 비빔면 제품도 내놨지만 역시 시장에 자리 잡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산업의 영업손실은 △2020년 294억 원 △2021년 558억 원 △2022년 867억 원으로 해마다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번 푸디버디가 하림그룹의 간편식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림은 푸디버디의 목표 매출액을 다음해 300억 원으로 설정했다. 이 중 라면은 100억 원으로 내다봤다. 제품군의 가격대는 라면 1700원 등 프리미엄 가격대로 설정된 걸로 알려졌다. 경쟁사에서 전개하고 있는 아동 간편식들과는 비슷한 가격대다. 김 회장은 "푸디버디는 인공감미료로 낸 '가짜 맛'이 아닌 천연 재료로 낸 '진짜 맛'이다. 그런 만큼 코스트(비용)는 높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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