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업황 속 KB국민은행이 실적 방어 역할
KB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 1조37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수성했다. 사진은 KB금융그룹 전경. /KB금융 |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미국발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지속적인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주사별로는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어떤 계열사가 그룹 실적에 '효자 노릇'을 했는지, '아픈 손가락'은 어디인지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KB금융지주가 3분기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누적 4조 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을 수성했다.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성적표가 모두 나온 가운데 KB금융은 올해 3분기 1조37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규모다. 누적 기준으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한 4조370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2위인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1조192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양 지주사의 실적 격차는 1816억 원이다. 누적 기준으로 살펴보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한 3조8183억 원이다. KB금융과는 5521억 원 차이가 난다.
KB금융의 호실적은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고른 성장 덕분이다. KB금융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자이익(8조 8472억 원)과 비이자이익(8783억 원)은 1년 새 각각 5.3%, 36.2% 증가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5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맏형' KB국민은행, 순이자이익 증가로 그룹 실적 견인
KB금융의 '효자 노릇'을 한 계열사는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3분기 순익은 9969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7.5%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1% 증가한 규모다.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정책에 따른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이자이익과 순수수료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KB국민은행의 순이자이익은 2조5216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4% 늘어났다. 3분기 누적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2조8554억 원을 기록했다.
은행의 대출 자산이 견조하게 성장한 영향으로 KB금융의 3분기 이자이익은 3조879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8% 늘었다. KB금융의 3분기 총영업이익은 3조 9662억 원인데, 이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77.9%에 달한다.
다만, 은행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KB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높아진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KB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지난해 3분기 60.6%에서 올해 74.3%로 13.7%포인트 증가했다.
3분기에는 그동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보험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크게 감소하며 지주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더팩트 DB |
◆ 비은행 계열사 모두 고전…'효자'였던 보험사마저 실적 뒷걸음질
반면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은 모두 뒷걸음질 쳤다.
특히, KB금융에서 은행을 제외하고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보험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KB손해보험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5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했으며, KB라이프생명도 같은 기간 7.9% 감소한 60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에 지난 2분기 24.6%에 달하던 그룹 이익 기여도 비중이 15.7% 수준으로 내려갔다.
KB손해보험은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일회성 손실과 유가파생 손실의 영향에 따라 실적이 감소했다. 올해 새 국제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실손보험손해율 계리적 가정 변경 관련 손실 520억 원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경상적 기준으로는 당기순이익이 2000억원 수준으로 양호한 실적흐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KB금융 측 설명이다.
KB라이프생명의 경우 시장금리 상승과 주가하락으로 투자손익이 축소됨에 따라 실적이 축소됐다.
이외에도 KB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8.4% 줄어든 111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며, KB국민카드는 795억 원 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다만 금융권은 KB금융이 4분기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은행의 영업환경이 쉽지 않은 가운데 훌륭한 자본 비율과 우수한 펀더멘탈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며 "상반기까지 공격적으로 쌓은 대손 비용 덕에 4분기에는 경쟁사와는 달리 부담은 크게 없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도 "향후 비은행 중심으로 실적개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보여줬던 안정적 이익 창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견조한 핵심이익 성장과 전사적 비용관리 노력의 결실로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했다"며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균형잡힌 성장과 비이자수익 확대와 판매관리비 통제를 통해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