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영업정지, 실적악화 등 경영과제 '산적'
허윤홍 사장이 GS건설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경영 최전방에 나오게 됐다. 앞선 임병용 대표이사와 같이 회사를 대표하는 다양한 자리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GS그룹 오너일가의 허윤홍 사장이 사면초가의 GS건설 경영을 직접 지휘한다. 지난 11년 동안 GS건설을 이끌었던 임병용 부회장(대표이사)이 국정감사 출석을 끝내자마자 CEO에서 내려왔고, 그 자리에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허윤홍 사장이 올랐다. 경영 일선에 직접 나선 허윤홍 CEO가 앞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다양한 공개석상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24일 GS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주 인사를 통해 허윤홍 미래혁신대표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허 사장은 허창수 GS건설 대표이사(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로 '오너 4세' 라인이다.
이로써 GS건설은 10대 건설사 가운데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에 나선 유일한 업체가 됐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오너가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하청업체와의 분쟁과 입찰 등의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대상에 오르거나 사망·안전사고 발생으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경영진의 책임 소재를 묻는 상황에서 허 사장이 직접 나설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우선 안전보건 의무와 관련해선 허 사장 대신 우무현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건설사들은 사내에 CSO를 두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업체의 경영진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경영진 내에 책임의 '총대'를 멜 직책을 마련한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CSO는 명목상 안전 관련 부서를 이끄는 직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대재해법에 명시된 '안전보건 의무'의 최고 주체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나온 자리"라며 "책임 소재가 돌아가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CSO가 있는 한 오너가 관련 문제로 공개석상에 나오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허 사장이 앞선 임 대표이사가 수행하던 CEO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오너가 직접 CEO를 맡으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라며 "그동안 임 대표이사가 수행했던 최고경영자 역할을 변함없이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용 대표이사의 경우 그동안 직접 조합과 국민을 대상으로 공식 사과문을 내거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에 거리낌 없이 섰다.
이와 달리 전문경영인 체제 시절만큼 허 사장이 회사를 대표하기 위해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GS건설 내부적으로도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단행됐는데 임 대표이사도 그 일부일 것"이라며 "임 대표이사의 국정감사 출석이 끝나자마자 CEO가 교체된 것을 보면 앞으로 허 사장이 그런 책임을 묻는 자리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는 지난 11년간 CEO로서 국정감사 증인출석에 임해 왔다. 임 대표이사(오른쪽)가 지난 10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관련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최지혜 기자 |
이와 함께 허 사장이 마주한 경영 과제도 산적한 상태다. 당장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 수습이 시급하다. 해당 단지에선 지난 4월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GS건설은 단지 재시공에 따른 비용 부담, 보상안 관련 인천 검단 아파트 입주민들과 겪고 있는 마찰, 사업을 발주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책임분배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더해 지난달에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영업정지 공문까지 받았다. 서울시는 안전점검과 품질시험 불성실 수행으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국토교통부는 8개월을 통지했다. 총 10개월의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CEO의 대응 방침에 따라 GS건설의 영업 여부도 갈릴 전망이다.
경영 실적 개선도 필수적이다. 회사의 상반기 실적은 붕괴사고 수습 비용으로 곤두박질쳤다. 재시공에 따른 손실분 5500억 원이 반영되면서 영업손실 2550억 원이 발생했다. 회사가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을 낸 것은 지난 2014년(손실 7175억 원) 이후 9년 만이다. 증권가의 3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을 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감소,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1064억 원으로 14.9% 감소를 추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파트 브랜드 자이(Xi)와 GS건설의 이미지 회복에 방점이 찍힌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철근 누락이 지목되면서 GS건설은 부실 건설사라는 오명을 썼다. 이는 주택사업이 주요 매출원인 GS건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상반기 별도기준 회사의 주택·건축사업 매출은 전체의 64.7%를 차지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허 사장은 품질·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건설 현장을 직접 챙기는 적극적인 현장경영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GS건설과 자이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EO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허윤홍 사장은 1979년생으로, GS칼텍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지난 2005년 GS건설의 일원이 됐다. 지난 2019년부터 신사업 추진을 맡으며 해외시장개발, 수처리사업, 모듈러주택사업 등을 추진했다.
상반기 기준 허윤홍 사장의 회사 지분은 1.56%다. 지분 8.28%를 보유한 최대주주 허창수 대표이사와 허진수(3.55%) GS칼텍스 상임고문, 허명수(2.84%), 허태수(1.79%) GS그룹 회장 등을 이은 지분율이다. 이들은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대를 이은 '오너 3세' 라인이다. 허윤홍 사장은 '오너 4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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