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항만 등 산업 인프라 비롯 전기차·수소 에너지 생산으로 확장
정의선 회장, 현대건설의 사우디 지하터널 현장 방문·격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자동차그룹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제·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으로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신화' 재현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동에서 △현지 완성차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한 전기차 등 신규 수요 창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협력 △첨단 플랜트 수주 확대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공간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의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km 구간을 시공 중이다.
일반적인 사막과 달리 산악 지형에 위치해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구간으로, 현대건설은 국내외 다양한 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며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 돼야한다"고 당부했다.
정의선 회장의 현장 방문은 '비전 2030'을 추진하는 중동 주요국 사우디의 변화를 직접 둘러보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
이와 함께, 정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CKD(반조립제품)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는 21%의 점유율로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는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6년 사우디에 그룹 최초의 완성차 생산 공장을 완공해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 생산과 현지 특화 마케팅으로 신규 수요를 적극 창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사우디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며 중동 친환경 에너지 저변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
현대차는 22일(현지시간) 한국자동차연구원, 사우디에서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사우디 대중교통 운영업체 SAPTCO와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의 보급 확대·생태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중동 주요국에서 대형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로부터 약 3조1000억 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 터미널 등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완료했으며, 2021년 수주한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1단계를 수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5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는 한국기업의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정의선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공간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가스·오일처리시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쿠웨이트 슈와이크 항만 개보수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중동 5개 국가에서 건축, 오일·가스 플랜트,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총 26조3000억 원 규모의 23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로템도 철도 사업 수주를 이어가며 중동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이집트 터널청(NAT)이 발주한 7557억 원 규모의 카이로 2, 3호선 전동차 공급·현지화 사업을 확보했다. 수소전기트램 등 수소 기반 친환경 철도차량 기술력을 토대로 중동 철도 인프라분야 진출도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판재, 봉형강, 강관 등 다양한 에너지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중동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한 사우디 주아이마 유전의 천연가스 액체 공장 확장 공사 후판 공급을 올해 완료했으며, LNG 에너지 프로젝트 확대에 대응해 신규 가스 수송용 강관 소재를 개발하는 등 중동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주영 선대회장(가장 왼쪽)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
특히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으로 현대차그룹에게는 의미가 깊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시대를 앞선 경영철학과 추진력으로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정 회장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라 불리는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는 등 중동 붐을 이끌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차그룹도 중동에서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께서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중동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