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국정감사, '맹탕 국감' 우려와 달리 폭풍 질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가 6년 만에 '현장 국감'으로 치러진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쏟아지는 정무위원회 의원들의 질의에 '진땀'을 뺐다.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감독원 국정감사가 6년 만에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현장 국감'으로 열렸다. 금융권에서 은행 대규모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증시 불공정거래 행위 등 사건 사고가 줄 이은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진땀을 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감원 대상 국정감사를 국회가 아닌 금감원 여의도 본원에서 '현장 국감'으로 실시했다. 금감원 '현장 국감'은 지난 2017년 금감원 채용 비리 사태가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당국 국정감사에는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서 모두 빠지면서 '맹탕 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이날 금감원 국감에서는 내부통제·라임펀드·공매도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위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 도마 위 오른 '내부통제 미흡'…'CEO 책임론'까지 이어져
금감원 국정감사의 최대 현안은 '내부통제'였다.
금감원 검사 결과 최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횡령 사고 금액이 298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은행 역시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에서 고객 몰래 증권계좌 1662건이 개설됐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은행원은 114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은행에서는 내부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127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이날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BNK·KB·경남·우리은행 등 계속해서 금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금감원에서 이와 관련 근절대책으로 내부통제 강화 발표를 여러 차례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2988억 원의 횡령사고를 예를 들어 금감원의 감독 강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년간 금감원과 은행장이 손잡고 사진을 찍고 있던 동안에도 대구은행은 50여 개 영업점에서 114명이 계속 수기로 부당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조사 검사 능력을 집중해 왔고, 올 한해 여러 가지 검사나 조사를 한 결과 드러난 것들을 사후적으로 관리한 것도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적극적으로 적발한 비중도 많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최고경영자(CEO) 등의 관련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하도록 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 금융사 CEO나 최고위층 판단에 문제가 있다"며 "KPI(핵심성과지표)가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중대하고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사고에 대해서는 CEO나 CFO가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제출됐다"며 "제 임기 내에 지속적으로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 사고를) 적발하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함과 동시에 사고 책임자도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준법감사인들은 증인으로 출석해 내부통제 미흡과 관련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들은 내부통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사과하며 "윤리 의식을 제고하고 관련 인력을 추가 확보해 내부통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대 사모펀드 재조사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캡처 |
◆라임펀드 '표적 조사' 의혹 전면 부인…이복현 "잘못 있으면 내 책임"
업계가 예상한 대로 라임 펀드의 특혜성 환매 이슈에 대한 질의도 이슈였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24일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환매 사태를 재검사하면서 유력인사인 '다선 국회의원'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튿날 금감원을 직접 찾아가 농성을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몇 차례 공방이 오간 바 있다.
이와 관련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금감원과 검찰이 함께 정치적 의도가 깔린 조사·검사를 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금감원이 사모펀드 태스크포스(TF)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굳이 '다선 국회의원이 투자자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을 넣었고, 발표 수시간 뒤 언론이 이 의원이 야당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보도했다"며 "앞서 나온 정치적 조사에 대한 우려가 실제로 발생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와 관련 이복현 원장은 "검찰이 사모펀드 TF 발표에 직접 관여한 바는 없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뭔가 잘못된 책임이 있다면 제가 책임질 문제고, 검사들은 그 부분에 관여하진 않았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이복현 원장은 "불법 공매도 자체가 어떻게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공매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본원의 모습. /정소양 기자 |
◆'불법 공매도' 뜨거운 감자…제도 개선 필요 목소리↑
'불법 공매도'도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공매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경우 최장 3669일이나 걸린 대차거래도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에도 상환 기간 제한을 둬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취지에 공감한다"며 "(구체적 제도개선 방안은) 180일도 있고 다양한 입법 예가 있다. 제한을 두는 안도 있다. 우리나라 실정 맞는 방안을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자가 외국인이거나 해외법인 등)외국에 있다면, 끌고 와서라도 (국내법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수사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복현 원장은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라든가 해외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공매도) 제도의 선진화가 무조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우리 국내 기관의 신뢰도 얻어야 되고 개인투자자 모두의 시장 참여자 모두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신뢰가 크게 손상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공매도 자체가 어떻게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이것들은 저희가 다른 정책과 균형감 있게 조금 더 제로베이스에서 한번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이복현 원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총선 출마설'을 재차 부인했다. 그는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있다)"며 "연말까지, 내년까지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부족하지만 제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