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실수 아닌 고의…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할 것"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글로벌 IB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해외 금융회사의 국내 주식시장을 겨냥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더팩트 DB |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소문만 무성하던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국내 주식시장 불법 공매도가 금융감독원(금감원)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고점 대비 주가가 크게 내린 카카오와 호텔신라 등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IB의 표적에 포함돼 개인 투자자들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15일 금감원은 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공매도 등 국내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한 홍콩에 있는 글로벌 IB 2개 사의 불법 공매도 행위가 적발된 내용이 담긴 '글로벌 IB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불법 공매도 행위가 적발된 글로벌 IB 2개 사는 BNP파리바와 HSBC다. 이들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으로 각각 400억 원, 16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벌였다. 이들은 주식 매매 결제일이 매매체결 이틀 후라는 점을 악용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된다.
공매도는 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BNP파리바와 HSBC가 벌인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놓지 않고 하는 공매도로, 국내에서는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기 때문에 시장 교란 우려로 불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글로벌 IB들의 불법 행위가 몰린 대형주는 카카오와 호텔신라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2곳 중 BNP파리바가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카카오였으며, 카카오를 포함한 101개 종목에 400억 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를 벌였다. 2021년 9월 당시 15만 원 선에 거래됐던 카카오는 이 기간 주가가 47%가량 급락했으며, 2022년 5월 이후 단 한 번도 10만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의 현 주가(2023년 10월 13일 종가 기준)는 4만3200원이다.
2021년 최고 17만 대까지 주가가 올랐던 카카오의 올해 최고가는 7만900원(2월 9일 종가 기준)이다. /더팩트 DB |
HSBC는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무차입 공매도를 하다 적발됐다. 향후 빌릴 수량을 기준으로 선 매도 주문 후 주식 차입을 되풀이한 방식으로 BNP파리바와 유사하다. 2021년 8월 2일 기준 9만2500원이던 호텔신라 주가는 같은 해 12월 30일 7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호텔신라는 이달 13일 7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카카오와 호텔신라 주주를 비롯한 개인 투자자들은 공개 채팅방, 종목 토론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푸념을 털어놓고 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드디어 나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가", "불법 공매도 때문에 주가 떨어졌다고 쳐도 그 이후로 안 오르는 이유는 뭐냐", "내일 상가겠네" 등 다양한 견해를 비추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불법 공매도 행위를 저지른 글로벌 IB가 국내 금융 제도를 모르고 저지른 실수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이들에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해당 회사는 국내 공매도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으며 무차입 공매도가 불법이라는 점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고의로 장기간 불법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과징금제도가 도입된 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은 38억 원이었으나 이보다 높은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