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변경 근거, 김건희 여사 일가 이해충돌 방안 필요"
국토교통부가 국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요구받은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으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국토교통부가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관련 국정감사에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야당의 질타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의장이 나서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끝내 양평고속도로를 비롯한 자료제출 전반에 방어적인 모습이다.
제출을 요구받는 자료는 양평고속도로 관련 '로데이터'(가공 전 단계의 통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국토부가 경기 하남시와 양평군을 잇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당초 오는 2031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기존 노선은 지난 2021년 예비타당성(예타)조사를 통과했고 지난해 7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착수했다.
그러나 예타조사 이후 노선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를 지나도록 변경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국토부는 국감 직전인 지난 5일 기존 노선(양서면안)과 대안 노선(강상면안)에 대한 비용·편익(BC)분석을 통해 대안 노선의 경제성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는 이번 감사를 통해 이 분석에 사용된 로데이터를 요구했으나 공개되지 않았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일가가 땅을 보유한 지역과 가깝게 고속도로 노선이 바뀐 이유에 대한 충분한 자료 제출이 없어 이 사안이 정쟁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해당 사업이 정쟁화되는 점을 들어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상황을 조명한 것이다.
한 의원은 이어 "국토부의 용역사는 로데이터를 내일 주겠다고 하는데, 이는 자료를 가공했다는 의미로 들린다"며 "증인선서를 하고 국감을 하면서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를 이유 없이 주지 않거나 감출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제출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제출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언급된 로데이터는 국토부가 지난 내놓은 BC분석에 사용된 것이다. 해당 분석안을 보면 노선별 BC는 양서면안 0.73, 강상면안 0.83으로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를 지나는 대안 노선의 경제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BC값이 높을 수록 사업성이 높다는 의미다. 사업비의 경우 양서면은 2조498억 원, 하루 교통량은 2만7035대로 나타났다. 강상면은 사업비 2조1098억 원에 하루 교통량은 3만3113대로 예상됐다. 대안의 사업비가 600억 원 크지만 하루 6078대(22.5%)의 교통량을 더 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은 이같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를 통해 "당초 한국경제연구원(KDI)이 산출한 양서면의 BC는 0.82였는데 이번 조사 과정에서 사후에 조건을 변경해 0.73으로 BC가 낮아졌다"며 "대안 노선이 나오자 상황을 바꿔 합리화해 비교하면 이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국토부는 양평고속도로에 대해 기존 양상면 종점 노선보다 변경된 강상면 종점 노선의 경제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사진은 각 노선도. /국토부 |
이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 종점간의 거리가 7km, 차로 4분 거리인데, 국토부는 이로 인해 하루 6000대의 교통량이 늘어난다고 한다"며 "양평고속도로가 인구 160만 명의 강남3구와 연결되면 기대되는 증가 교통량이 하루 4000대 수준이고, 인근 하남교산 3기신도시 인구 25만 명에 해당하는 교통량이 하루 1000대인데, 4분 거리의 종점 변경으로 6000대가 증가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야당은 국토부에 해당 조사에 사용된 로데이터를 요구했으나 제출은 전무한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종 노선 변경의 근거와 김건희 여사 일가의 이해충돌 방안이 해결돼야 한다"며 "비용 측면에서 각 공사비 산정 도면과 공사비내역서, 교통수요 측정에 사용된 통계, 교통사고와 환경영향 평가에 사용된 통계 등 로데이터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BC분석을 요청한 용역사까지 자료제출을 거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타당성 조사 용역부실과 13억6000만 원 용역비 지출 내역을 요구했지만 제출받지 못했다"며 "심지어 오늘 증인으로 채택됐던 민간 용역사조차 '기업 경영상의 내용'이라며 어떤 자료 제출도 거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률에 따라 누구든 국회가 요구한 자료 제출에 응해야 한다"며 "일체의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증인으로 나왔을 뿐 감사를 받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평고속도로 관련 로데이터뿐 아니라 국토부가 전반적인 자료 제출에 방어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토부가 자료제출에 응하지 않는 것이 하루이틀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 국정감사는 도가 지나치다"며 "일례로 본 의원이 2년 전 처음 요청해 분석했던 아파트 하자처리건수 자료 공개 요청도 올해는 하자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하자판단건수'로 답변을 받아 혼선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 국감 의장은 "국가기밀이 아니라면 자료는 모두 제출해야 한다. 오전에 받지 못했던 자료를 오후 질의시작 전까지 제출하라고 요쳥했는데 전해 되지 않았다"며 "지금부터 로데이터를 마사지(가공)하는 경우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자료를 내일까지 준다는 것은 용역사가 국감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내일 줄 수 있는 자료는 오늘도 줄 수 있는 것"이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행위는 국회 의결로서 고발할 수 있음을 기관과 개인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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