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축구 8강전 '클릭 응원'서 중국 응원 93%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 고발 예정…서비스는 운영 중단"
카카오의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포츠 '클릭 응원' 서비스가 여론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는 지난 2일부터 해당 서비스 운영 중지 조치에 나서는 한편,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 의뢰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스포츠 공지사항 갈무리 |
[더팩트|최문정 기자]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다음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 페이지 여론조작 의혹에 휩싸였다.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다음스포츠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한때 90%를 넘기는 현상이 나오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카카오는 4일 "지난 1일 한중 축구 8강전 클릭 응원 숫자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 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를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스포츠 항목에서 '클릭 응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첫선을 보인 이 서비스는 누구나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다음 계정이나 카카오 계정 없이도 응원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클릭 운영 서비스는 지난 1월 한중 축구 8강 경기 중 발생한 이상 현상으로 단숨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카카오의 내부 분석 결과, 총 3130만 건의 응원 중 한국 클릭 응원이 6.8%(211만 건), 중국 클릭 운영이 93.2%(2919만 건)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한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로 운영하는 클릭 운영에서 중국 응원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 만큼 조작 의혹이 일었다.
카카오는 내부 조사를 벌인 결과,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 5591개 중 국내 IP 비중은 95%(5318개)였다고 설명했다. 확인된 IP가 만들어낸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 건 중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 건)였다. 해외에서 유입된 IP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한 우회접속으로 추정된다.
해외 IP 응원 수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 건을 차지했다. 2개 IP의 클릭 비중은 네덜란드 79.4%(1539만 건), 일본 20.6%(449만 건)이다. 해당 IP의 클릭은 경기가 끝난 2일 00시 30분경부터 이뤄졌다.
카카오는 지난 1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 8강 경기 당시 다음스포츠의 '클릭 응원' 시간대별 추이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 건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
카카오 관계자는 "다음은 클릭 응원이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횟수 제한 없이 클릭할 수 있어 특정팀에 대한 클릭 응원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지난 2일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클릭 응원 외에 포털 내 비로그인 기반 서비스를 확인한 결과 티스토리 게시물에 대한 좋아요, 댓글 외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서비스 전반에서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클릭 응원 매크로 사건은 정치권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작 세력 개입이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의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여당과 대통령실까지 이번 일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4일 국무회의에서 "다음·카카오는 (이번 사태가) 비로그인 상태 이용자의 1인당 응원 클릭 횟수 무제한 허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가 특정 세력의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라며 "여론 왜곡이 네덜란드, 일본 등 외국의 인터넷을 우회한 소수의 이용자에 의해 벌어진 만큼,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국내는 물론 해외 세력에 의해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munn09@tf.co.kr